광주 남구 불법투기 4월부터 적발 600여건
증거 내밀면 시치미에 모르쇠 "과태료는 못내"
대부분 출처 불명…시민의식 개선·홍보 절실
[생활쓰레기 팬데믹 ③재활용 단속반 동행 취재]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광주 남구 봉선동 주변 주택가 밀집지역. 골목길과 대로변 모퉁이마다 주민과 인근 상인들이 배출한 파란색 재활용 쓰레기 봉투들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면 봉투에는 재활용 플라스틱과 비닐뿐만 아니라 일반쓰레기로 분류돼야 할 휴지·커피 찌꺼기까지 뒤섞여 있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뒤섞인 쓰레기 악취가 퍼져 나오면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남구 청소행정과 재활용쓰레기 투기 기동단속반은 주민들의 재활용 쓰레기 불법 투기 근절과 쓰레기 분리배출 문화 조성을 위해 봉선동과 방림동 일대에서 단속을 벌였다.
단속반의 임무는 파란색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일반 쓰레기를 넣어 배출한 상인이나 주민을 찾아내 계도하거나 과태료를 고지하는 것이다. 2인 1조로 운영되는 단속반은 지난 4월 운영 시작 이래 6월 말까지 600여 건의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 이 중 반복적으로 위반한 118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많았지만 배출한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재활용 쓰레기 봉투 안의 주소지와 영수증을 확인해야 배출지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버렸는지 확인되지 않은 쓰레기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누가 버렸는지 확인되더라도 계도·단속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단속반이 지적하면 주민 대부분은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첫 단속부터 불법 투기 주민과 실랑이를 벌였다.
파란 쓰레기 봉투에서 염색약이 묻은 종이컵 수십여 개를 확인한 단속반은 이 쓰레기를 버린 곳이 인근 이발소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단속반이 이발소로 향해 "염색약이 묻은 종이컵은 재활용품 배출 대상이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고 말하자 업주는 자신이 배출한 것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단속반이 쓰레기봉투 발견 장소로 업주를 데려오자 그제서야 자신이 버렸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단속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업주는 "이발소를 운영한지 6개월 밖에 안됐다", "종이컵은 재활용하는 것 아니냐", "다 똑같은 쓰레기봉투 아니냐"고 항의하며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직원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단속반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업주가 과태료 처분 안내장에 끝내 서명하지 않았고, 결국 강제로 과태료 부과를 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할 쓰레기를 수차례 재활용 쓰레기에 배출한 이발소 주인은 5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또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서도 제대로 분리배출하지 않는 것이 발견됐다. 이 봉투에는 음식을 싸는 랩이 가득 담겨 있었다.
봉투를 뜯어 자세히 살핀 단속반은 이 랩 덩어리가 인근 정육점에서 배출된 것을 확인됐다. 랩은 비닐과 혼동되고 있는 탓에 오해의 소지가 많아 적극적인 계도활동 대상이다. 적발된 정육점 주인에게 "음식물 전용 랩은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류와 자주 혼동되는 재활용 불가 품목이다"고 설명하고 과태료 부과 대신 계도를 했다.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벌인 단속을 통해 재활용 쓰레기 봉투에 커피 찌꺼기 등을 버린 업주까지 모두 3명이 적발됐다. 단속반과 함께 현장에 동행한 박영혁 남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순수히 시인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박 주무관은 "코로나 확산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주민들의 분리수거 실태는 아쉬운 상황이다"며 "올바른 분리 배출에 대한 홍보가 이어지면서 확실한 재활용 대상은 비교적 잘 이해하지만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재활용이 안된다. 대부분 이런 부분을 몰라 적발된다"고 밝혔다. 그는 "재활용 가능한 제품은 물로 헹궈 버려 달라. 작은 실천이 모여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생활쓰레기 팬데믹ㅣ인터뷰] "재활용 쓰레기 맞는데 버릴 땐 재활용 불능"
진태영 광주 남구 재활용 단속반장
"여러차례 계도에도 단속 계속 적발
올바른 분리수거 방식 홍보 더 필요"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아직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분리 배출에 대해 조금만 신경 쓰고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진태영(58) 남구청 청소행정과 재활용 쓰레기 투기 기동단속반장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재활용품 쓰레기 배출 현황에 안타까워했다. 늘어나는 배출량은 물론, 이마저도 대부분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버려지는 등 재활용에 대한 인식 부족을 통감했다.
진 반장은 지난 4월 기동단속반에 투입되기 전까지 12년 동안 남구청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다. 도로변이나 인도 위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한데 모으거나, 수거업체들이 일반쓰레기 수거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모아둔 쓰레기를 다시 포장하는 등의 업무였다.
당시에는 쓰레기봉투의 내용물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환경미화원들이 사용하는 노란색 일반 쓰레기 봉투는 내용물 구분 없이 폐기물로 취급돼 수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직이 바뀐 지금 재활용품이 담겨있는 쓰레기 봉투를 주로 취급하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마주하고 있다. 재활용품이 아닌 일반 쓰레기들이 연이어 발견되는 상황에다, 쓰레기의 양도 날을 거듭할수록 늘고있다. 출범 두 달만에 불법투기를 600여 건이나 적발해내는 등 만연한 일상 속 투기가 마냥 씁쓸한 상황이다.
진 반장은 "매일같이 진행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계도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단속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여러 차례의 계도에도 불구하고 계속 단속에 걸리는 상인·주민들이 있다. 분리배출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사람들이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현장에서 체감은 조금 힘들다. 올바른 분리수거 방식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며 "세부적인 재활용 기준을 마련해 홍보물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배부하거나, 공익광고 형식으로 이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리수거에 올바른 방식으로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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