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25] 월곡 고려인 마을

입력 2021.07.29. 19:09 김혜진 기자
이주민 포용한 공간, 새로운 우리 문화로 거듭나다
월곡고려인문화관 결과 그 옆에 위치한 고려인 무료광주진료소와 고려인 미디어센터가 함께 들어선 건축물.

건축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주요한 삶의 일부이다. 건축이 모여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되고 국가가 된다. 공간을 채우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공간의 의미는 달라지고 느껴지는 감정과 감흥도 달라진다.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것, 비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공간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채우기가 시작된다. 그것을 채우는 이와 채워지는 물건에 따라 채우는 방법은 무한히 많아진다. 공간은 비어 있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느낀다. 모든 공간이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야기로 끝난다. 건축과 동네가 그렇게 채워진다.

여기 월곡동, 그 중 월곡2동 고려인마을은 고려인들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월곡동 고려인마을의 풍경은 예사롭지 않다. 광주 어디를 가도 이런 곳은 없다. 고려인들이 대규모로 정착해 살고 있고, 더불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이주한 이들이 주민이 되어 마을 곳곳에서 생활한다.

월곡동 단독주택단지에는 고려인과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주거형태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개발자의 자본의 원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공간보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공간이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월곡2동 거주자의 40% 정도가 고려인과 이주민들이다. 약 6천여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인 안산 지역에 많은 고려인들이 있다고 하지만 현지 주민과 공동체 활동을 안정적으로 해가고 있는 곳은 월곡동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고려인마을에 도착해 길을 지날 때면 외국어로 쓰인 간판과 우리와 외모는 같지만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사람들 때문에 외국에 나와 있는 착각이 든다. 늦은 오후 거리에는 외국인들 밖에 없어서 그들의 공간에 끼어있는 필자가 이방인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월곡동은 광산구에서 우산동과 산정동 일부와 함께 광주시민에게는 하남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광산구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행정동이다. 1987년부터 하남공단의 배후 주택단지로 개발됐고 하남권의 상업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택지개발이 시행된 지 오래돼 주거환경은 노후화가 진행, 주거 여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몇 년 전부터선 신도심으로 이동한 주민들로 점점 주목받지 못한 곳이 됐다.

월곡동 거리의 모습은 외국에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간판은 여러 국가 언어로 손님을 맞이한다. 고려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건축물은 러시아어로 그들을 안내한다. 간판과 글씨만 바뀌었을 뿐인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상가건물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의 월곡동은 10년 전부터 고려인들과 함께 색다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월곡동 일대가 하남, 평동공단 등 공단 배후지역이라 일자리를 잡기 수월하고 치안 등이 안전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 그중에서 고려인들이 많은 배경에는 시민단체, 이천영 목사와 함께 물심양면으로 초기 정착을 도운 많은 광주시민들의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살아가며 배려해준 월곡동 주민들의 역할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곳 광주까지 와서 정착한 고려인들은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인 대한민국으로 꼭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립군의 후예에서 가난한 이주민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고된 삶의 무게를 이겨내며 지내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많은 매체에서 들어 알고 있었으나 지난 5월 월곡동에 개관한 '월곡 고려인 문화관 결'을 방문하면 그들을 보는 시선이 사뭇 진지해진다.

'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모습

그곳엔 지난해 1월 국가기록물 제13호로 지정된 고려인 관련 주요 기록물이 전시돼 있으며, 아픈 과거의 시간을 참아왔던 그들의 무거웠던 삶을 사진과 자료로 전달한다.

문화관 '결'은 월곡동을 고려인마을 공간으로 탈바꿈한 여러 건축물처럼 노후한 2층 규모의 주택 외관을 재정리하고 내부공간을 재배치해 재탄생한 도시 재생건축물이다.

외관은 1923년 3월1일 삼일독립만세운동 4주년을 기념해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세운 고려독립선언기념문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 옆의 건축물은 고려인 무료광주진료소이자 고려인 미디어센터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다. 모두 고려인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거듭난 건축물들이다.

이렇듯 월곡동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월곡2동 고려인마을 도시재생사업이 각고의 노력 속에서 결과물로 곧 다가올 것이다. 월곡동은 새로운 많은 이야기로 채워지는 중이다.

고려인과 이주민을 받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월곡고려인마을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공감대가 형성돼 그들의 문화가 새로운 우리의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외국어를 쓰는 이방인의 모습으로만 여긴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또다시 어디론가 향할지 모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을 생각해보면 그 또한 우리의 조상이 어렵게 일궈서 비로소 내 것, 우리 것이 돼 그 터전을 지켜내려는 역사 속에 있다. 어찌보면 우리 것이라 여기는 그 터전도 처음에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빼앗긴 조국에서 강제 이주돼 먼 중앙아시아의 타국을 자신의 국적으로 여기며 힘들게 살아왔던 고려인들에게 여기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 바로 새로운 고향이 되기를 바란다.김형준 모아건축사무소 대표

김형준 건축사는

사람이 행복한 건축, 사람이 우선이 되는 건축을 추구한다.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석사를 마쳤으며 모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동구 인문건축위원과 광산구 지방건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남구 예사랑아동병원, 장흥 요양병원, 담양 지우빌리지타운하우스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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