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㉑] 광주천 산책로

입력 2021.07.01. 17:35 김혜진 기자
광주 가르는 물길, 그곳에서 여유와 자연을 느끼다
보행로에서 바라본 광천철교

광주에는 도심 중심을 관통하는 물줄기가 있다. 광주천이라 불린다. 광주천은 무등산에 있는 용추폭포와 제2수원지부터 시작해서 광주의 구도심 중심부를 관통해 서구의 치평동과 마륵동에서 영산강과 합쳐진다. '약 50m가 넘는 폭을 가진 물줄기를 왜 강이 아니라 천으로 명명하고 부를까?'하는 의문이 생겨 찾아보니 '생태하천공학'이란 책에서 인공적인 치수사업의 유무에 따라 강과 하천으로 나눠 불린다 한다. 치수사업이 이루어진 곳은 강, 그렇지 않은 곳은 천이라고 구분한다. 그렇다면 광주천도 치수사업을 했으니 광주강으로 불러야 하겠으나 광주천이 마음에 더 와 닫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광주에서 오래 생활하신 어르신들의 기억을 빌리자면 광주천은 공동 세탁장이었고 수영장이었으며, 광주의 동서를 가르는 경계선이었다. 당시에는 광주천의 동측에 있는 동구가 광주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서측에 위치한 서구와 남구는 광주의 외곽지역으로 생각했다.

예전의 광주천은 하수의 정비가 되지 않아 거품이 떠내려오고 여름철이면 냄새가 심했다.

중앙교에서 양동쪽으로 바라본 광주천

지금은 하수처리시설 설치로 인해 악취도 없어지고 천변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돼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자생한 수목들과 인공 식재한 화초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수변공원의 경관을 만들어낸다.

광주천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무등경기장 부근의 두물머리에서 구도심 중심부인 중앙대교까지 걸어본다.

두물머리에서 바라보니 무등경기장 부근 천변로에 검은색 구조물이 보인다.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보니 천변로에서 광주천으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처럼 만들어졌다. 검은 나무 판을 간격을 두어 겹겹이 중첩해 퍼즐처럼 만든 형상이다.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광주폴리 '광주천 독서실' 모습과 '광주천 독서실'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이 구조물은 2차 광주폴리인 광주천 독서실이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가 2021년 Royal Gold Medallist로 선정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경(Sir David Adjaye)과 미국의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Taiye Selasi)가 공동으로 참여해 만든 구조물이다.

한국의 정자를 참조해 디자인했고 인권을 위한 독서실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내부로 들어와 외부를 바라보니 아치 형태의 구조물을 프레임으로 4곳의 각각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계단의 난간은 마치 도서관의 서가를 연상시키듯 직사각 형태의 구멍이 있다. 검은색의 이 구조물은 마치 기념관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색다른 구조물을 뒤로하고 내려와 보니 인공폭포가 물을 쏟아 내고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연상시킨다.

잘 정비된 천변로 산책길.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자전거족들이 애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산책로 벽의 타일 벽화가 아기자기함을 더한다.

다시 천변으로 내려와 양동으로 걸어간다. 길이 참 재미있게 나뉘어 있다.

천변로를 지붕으로 한 보행로는 운동기구가 즐비하게 있고 바닥은 흙이 그대로 있다. 보행자들이 따가운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 하고 보행할 때 무릎에 충격을 덜어주기 위함이리라.

옆으로는 하늘에 노출된 자전거 도로가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다. 주변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가 스쳐 지나간다.

조금 가니 광천철교가 보인다.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전남방직까지 철도를 놓기 위해 만든 철도교였는데 지금은 인도교로 변경해 서구와 북구를 잇고 있다. 광천1교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가는데 그 아래의 천변길을 걷고 있는 나는 마치 번잡한 일상과는 별개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 걸어가니 좌측으로는 전남방직, 우측으로는 발산마을이 보인다. 예전에 발산마을과 전남방직을 이어주는 뽕뽕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 다리는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주거지역과 광주천 건너에 있는 방직공장을 연결하는 출퇴근길이었다. 지금은 당시의 흔적을 말해주는 징검다리가 놓여있다.

고개를 들어 양동시장 쪽을 보니 푸른 하늘 아래 웅장한 무등산이 보인다. 광주천의 빛나는 물결과 수변의 수목이 어우러진 곳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니 '광주에 이렇게 멋진 자연 수변공원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멋진 풍경을 가슴에 담고 발산교와 양동교 하부를 지나 양동시장이 있는 양유교 밑을 지난다. 이곳은 이미 지나온 다리들과 아주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상부의 양동시장 때문에 상당히 긴 터널을 통과해가는 듯하다. 주차장이 넓게 설치돼 있는데 가슴 한 편으로는 이곳에 자연채광과 광주천의 식물들이 어느 정도 있는 보행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동시장의 긴 터널을 지나니 광주천변의 모습이 달라져 있다.

양동시장 전까지는 자전거 도로와 일부 주요 구간을 제외하면 인공적으로 꾸며진 도로포장이 없었는데 마치 '이것이 도심하천의 수변 모습이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바닥은 아스팔트와 전석으로 포장돼 있고 일부 벽면에는 타일로 모자이크화가 그려져 있다. 이곳부터 도시 중심부라고 귀띔을 하는 것 같다. 천 가운데 왜가리 한 마리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데 이 모습이 인간과 자연의 하모니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져 참 좋은 기분을 느낀다.

광주공원이 있는 광주교 아래를 지나 구도심의 중심가 중앙로와 연결된 중앙대교 위로 올라왔다. 약 3.5㎞의 짧은 여정이었으나 광주천이 광주를 관통하는 선형 수변공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는 생각을 깊게 가지게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도심을 지나는 강을 아름답게 관리해 유명 관광지를 만들고 있다.

광주 또한 광주천의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세계에 내놔도 멋진 도시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유형두 건축사사무소 가원 대표

유형두 건축사는

조선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건축과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현재는 건축사사무소 가원을 운영 중이며 광주시 공공건축가와 광주시 그린리모델링 기획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건축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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