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 ⑤ 下] 관광공사, 개발 ‘뒷전’ 핑곗거리만 ‘무성’

입력 2021.06.20. 16:40 김봉일 기자
개발 안해도 땅값 상승분 고스란히 이득으로
경북관광공사는 '입주자에 투자환경 매리트'
이주민 애간장 끓고 전남도·해남군은 '냉가슴'
장기 미분양은 관광공사의 미온적인 행태 탓
리조트호텔 조감도.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는 해남 오시아노관광단지의 민자유치가 힘들다고만 말한다. 교통 인프라가 취약하고 노동력 수급이 걸림돌로 작용하며,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고 분양가가 높은 점 등으로 민자유치 구애작전을 펼쳐도 아직까지 실적이 없다는 얘기다.

관광공사의 이 같은 주장은 일견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내세운 지원책은 투자자 우선의 탄력적 정책이 아닌 관광공사 일변도의 획일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민자유치

이를테면 국내 투자자의 경우 ▲부지 취득분의 취득세 50% 경감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대상 사업자에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지원하고, 미화 2천만불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관광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및 종합휴양업, 국제회의시설업)의 경우 ▲법인세 5년간 100%와 소득세 2년간 50% 감면 ▲취득세 5년간 100%와 재산세 2년간 50%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대상 사업자에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관광공사는 이런 조건만으로 십 수년간 국내외 투자자에게 접근, 각종 투자설명회를 개최해왔던 것이다.

이에 반해 경북도의 공기업인 경북문화관광공사(전 경북관광개발공사)의 민자유치 기준선이 훨씬 유리하고 탄력적이다. 예컨대 경주 보문단지에 유치할 국내 투자자는 관광공사와 유사하지만, 미화 2천만불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관광호텔업과 수상관광호텔업, 종합휴양업 및 종합유원시설업, 국제회의시설업)의 경우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초 소득발생연도부터 5년간 100%, 이후에도 2년간 50% 감면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5년간 100% 감면한 다음 또 2년간 50% 감면혜택을 주고,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15년 이내 추가 감면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촉진법의 지원대상 사업이 아닐지라도 취득세와 등록세를 각각 50%씩 감면해준다는 조항도 내세우고 있다.

이들 관광단지에 입주하고픈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오시아노관광단지에 대한 투자환경은 언뜻 보기에도 메리트가 없을뿐더러 관광공사가 핑곗거리를 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분양 서두르지 않는 관광공사

어디 그 뿐이랴. 관광공사는 현재 오시아노관광단지의 분양가를 3.3㎡(1평)당 70만~8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당초 관광공사는 오시아노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화원면 주광리와 화봉리 일대 논밭을 당시 주민들에게 3.3㎡(1평)당 평균 3만1천250원(논 2만5천원, 밭 3만7천500원)이라는 헐값에 매입했고, 찔끔보상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총 개발면적 507만3천425㎡ 가운데 육상이 429만4천675㎡이니 평균가로 따져본다면 총 매입비는 406억7천57만2천250원으로 집계된다. 관광공사의 1㎡당 최소 분양가 21만2천121원을 적용, 통째로 매각이 이뤄졌을 때 육상면적의 총 매각금액만 해도 9천109억9천166만6천667원로 계상될 수 있다. 여기서 관광공사가 기반시설 조성에 투입한 비용 2천445억원(토지매입비 포함)을 뺄 경우 무려 6천664억9천166만6천667원의 차액을 건질 수 있다.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되 관광단지를 개발(?)한다며 챙길 수 있는 돈이 얼추 6천여억원이 되는 셈이다.

또 관광공사가 제시한 토지분양 현황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도 전혀 손해나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광공사 소유의 9홀(퍼플릭)을 조성해준다는 조건으로 18홀 부지(83만4천771㎡)를 무상으로 파인비치 골프장에 공여한 부지를 뺀 나머지 총 육상면적은 345만9천904㎡에 달한다. 관광공사는 345만9천904㎡ 가운데 숙박 및 상가 등 39개 시설 111만3천676㎡에 대해서만 분양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1㎡당 최소 분양가 21만2천121원을 기준으로 전체 분양이 이뤄질 경우 2천362억3천406만6천796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챙길 수 있다. 다만 토지매입비와 기반조성 공사비(계획) 2천445억원을 공제하면 손실을 봤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나머지 234만6천228㎡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걸 계산하면 엄청난 이득이라는 답이 도출된다.실제로 관광공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땅값 상승분에 대한 이득을 차곡차곡 챙길 수 있어 굳이 분양을 서두르지 않아도 '땡큐'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시아노관광단지 부근의 교통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지리적 접근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여 땅값이 오를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목포-신안-해남 등 3개 시·군을 해상교량과 해저터널로 잇는 총연장 13.5㎞의 국도 77호선 구간 연결공사의 착공을 비롯, 호남고속철도 2단계(고막원~목포) 51.2㎞로 총사업비 1천503억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이미 착공됐고, 목포-부산 남해안 고속철도 개통시기도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뒷짐·탁상행정에 멍드는 지역

오로지 3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신주광마을 주민들의 애간장만 타들어가고,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전남도나 해남군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해남군의 한 관계자는 "오시아노관광단지가 장기 미분양된 상태로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민자유치를 위한 관광공사의 미온적 태도"라고 꼬집으면서 "정말 이대로 가다간 언제 사업이 끝나게 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하수처리장 1단계 사업비(1천500t)의 경우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에 국비지원이 가능하도록 줄기차게 협조 요청한 결과 겨우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관광공사가 시행주체로서 정부부처의 협조를 얻어 관계법규를 개정해서라도 민자유치에 최대한 노력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관광공사의 민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특별분양 대책과 제스처는 최근까지도 전무한 실정이다. 그래서 신주광마을 이주민들은 관광공사의 뒷짐행정과 탁상행정을 성토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있다.

김석 관광공사 지역관광실장은 "민자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적이 없었다"며 "오는 11월께 지상 5층 지하 1층 패밀리룸 위주로의 120실 규모 4성급 리조트호텔을 관광단지내에 착공해 2023년 7월 그랜드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리조트호텔은 모든 룸에서 신안 앞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는 꿈의 공간으로 태어날 예정"이라면서 "연회장과 회의실, 키즈룸, 무인마트 등의 부대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져 완공될 경우 민자를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광공사가 내세운 '오시아노=청정바다와 함께하는 고품격 복합레저·휴양관광지'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민자유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감당하겠다는 각오와 실천의지 없이는 한낱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srb.co.kr·해남=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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