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 주머니에 왜 아직도 정착금 찔러주나

입력 2021.06.02. 17:00 주현정 기자
혁신도시 지원금 다들 끊었는데 광주시만
수도권과 멀어 자발적 이주 어렵다는 이유
2차 지방이전 논의 활발해 유지한다는 입장
현재까지 5억4천만원 지급 "퍼주기" 비난

전국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곳이 광주로 나타났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시행됐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완료되면서 이주 임직원에 대한 정착 유도 정책도 속속 폐지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경우 향후 지원 대책 유지는 물론 대상 확대 계획도 살펴보고 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경우 제주를 제외하고 수도권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정주여건 개선 속도도 더뎌 임직원의 자발적 이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에 따른 지역 정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광주시의 설명이다. 또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대응책의 일환으로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낮은 재정자립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자체가 넌센스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에너지, 문화, 농업 관련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나주혁신도시)가 올해로 조성 7년차를 맞았다.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밸리 조성사업 성공 안착에 이어 세계 유일의 에너지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켄텍) 착공식도 최근 치러지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주해 온 공공기관 임직원만 8천여명에 달하고 혁신도시가 위치한 나주시 빛가람동 유입 인구도 4만명을 육박하며 안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생활·문화·교통 등이 태부족한 점은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혁신도시 조성 초기 더욱 열악했던 인프라 탓에 임직원들의 지역 이주가 반쪽짜리에 그치자 광주시는 2016년부터 유인책으로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1년 이상 계속 거주자 가운데 가족 동반은 100만원, 단독 세대의 경우에는 30만원을 1차례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가족 동반 485건, 단독 204건 등 689가구에게 5억4천690만원이 지급됐다.

비단 광주 뿐만이 아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전국 혁신도시가 위치한 지자체들은 앞다퉈 공공기관 임직원 유치 대책을 내놓았다. 대부분 가족이 함께 이주한 경우 광주시와 비슷한 규모의 정착금을 지급하는 수준이다.

지역 인구늘리기, 세수 증가 차원에서 '붐'처럼 일었던 지원 대책은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종료되는 수순이다.

부산, 대구, 울산, 경북(김천), 경남(진주) 등 5개 지자체는 이미 관련 사업을 종료했고, 전북(완주)도 올해를 끝으로 정착금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종료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광주와 충북(진천), 제주(서귀포)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광주를 제외한 2곳은 가족이 함께 이주한 경우에만 지원하고 있다.

전국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곳이 광주인 셈이다.

광주시는 이주직원 정착금 지원이 실제 대규모 인구유입과 세수 증가 효과로 이어지는데 미흡하더라도 긍정 효과가 있는 만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대비한 차원에서라도 향후 정착금 지원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난한 지자체의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 이주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는 한시적 비용 지원 대신 교육시설, 생활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주도할 성장 거점에 대한 투자 차원"이라면서 "지원 규모도 많지 않아 시 재정 부담도 크지 않지만 여러 지적들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