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회 정의와 공공성을 묻고 실천하다

입력 2020.10.28. 18:45 조덕진 기자
도시의 허파, 공공도서관을 도시브랜드로
<4>은평구립도서관
전국 최초 찾아가는 독서서비스 ‘책 단비’
장애 있어도 마음껏 이용 ‘시끄러운 도서관’
산책길을 도서관 안으로 ‘은평 생각 숲 길’
은평구를 한눈에 품어안은 도서관 전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물이자 작품이다. 3층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은평 구립도서관을 가는 첫 걸음은 가도 가도 끝이 궁금해지는 산행을 하는 분위기다. 미로같은 가파른 골목길을 20여분을 해맨 끝에 도착한 도서관. 산꼭대기 인적도 드문 곳에 자리한 도서관은 아픈 손가락 같은 정서를 불러낸다. (연신내 역에서 10여분이면 가능할 길을 도서관 존재도, 위치도 잘 모르는 동네분들의 안내가 빚은 고생길이었다.)

어쩌다 이 높고 외진 곳에 도서관을 지었을까. 값싼 상념은 도서관 다양한 프로그램과 멋진 풍경에 단박에 부숴진다. 산속에 자리한 도서관, 주변의 가난한 풍경, 도서관의 빼어난 프로그램들은 20세기 미국의 지성으로 불렸던 수전손택을 연상케 한다. 가난한 집안출신의 명민한 소녀가 미국의 지성으로 자리한데는 유년의 풍부한 독서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계단식으로 아미산 풍경과 어우러진 은평구립도서관. 대한민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서울시 건축상 은상 등을 수상한 수작이다. 은평구립도서관제공. 

◆접근성 등 단점은 강점으로

은평구립도서관은 도서관의 공공성, 사회적 역할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박제가 되다시피한, 혹은 일반 대중의 삶과 유리된 듯했던 유엔 도서관 헌장을 지상으로 불러낸다. 과장이 아니다. 이 도서관의 공간적, 사회·문화적 위치, 이곳의 빼어난 도서관 프로그램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정보격차, 문화복지와 같은 친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일상으로 끌어올린다.

은평구립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적 특수성이다.구립 도서관이 단 한 곳도 없던 은평구는 서울의 비싼 땅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산꼭대기에 최초의 구립도서관을 지난 2001년 건립한다. 허나 이 불편한 공간은 범상치 않게 출발했다. 개관하던 해에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이듬해 서울시 건축상 은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미산 중턱, 주택이 더 이상 들어서지 않은 산속에 자리한 도서관은 서양건축이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 건축 미학의 전형을 선보인다. 도서관은 계단식으로 들어서며 산등성이와 주변 풍경속으로 녹아들어간다. 은평구를 한눈에 품어안은 도서관 전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물이자 작품이다.

여기에 도서관 3층과 연결된 '은평생각 숲 길'은 단점이 강점으로 전환됨을 알린다. 주택 꼭대기, 산중턱이라는 불편함은 불광근린공원의 산림휴양 숲길과 이어지면서 도서관을 자연으로 확장시킨다. 지친 심신에 쉼을 제공하고 산책길 시민들에게 도서관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이처럼 공간의 제약은 강점으로 살아나고 접근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도서관의 빛나는 고민들은 구민이 원하는 곳에서 책을 받아 볼 수 있도록 한 '책단비'서비스 등 전국 최초의 서비스들을 양산해내며 은평구립만의 독자적 색깔로 거듭난다.

'시끄러운 도서관' 내부 전경. 개인의 장애가 타인에게 불편이 되지 않을까 조심하거나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책과 놀 수 있는 장애인 전용 도서관. 지난달 이 도서관을 선보이면서 안내판을 비롯한 도서관 내부의 전면적 유니버셜 디자인이 도입됐다.

◆'책단비' 등 전국 최초, 공공성 주도

2008년 선보인 '책단비' 서비스는 서울 도서관 서비스에 대 전환을 가져왔다.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던 시절에 원하는 곳에서 필요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뭄에 단비를 만나듯' 책을 만나게 하자는 이 프로그램은 외져서 찾기 힘든 도서관 이용율을 높이기 위해 은평구립이 고안한 혁신적 서비스다. 책을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에서 받아볼 수 있다. 지금은 서울지역 모든 구립도서관들이 제공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이와함께 스마트도서관(U-LIBRARY) 인프라도 선도하고 있다. '책단비'의 무인 예약·대출·반납 시스템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예약절차 없이 현장에서 직접 도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다.

지난해 선보인 이 서비스도 역시 전국 최초다. 이용자가 많은 지하철을 중심으로 하지만 유동인구가 적어도 공공도서관 역할이 필요한 곳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계층별 이용현황 등 심도깊은 이용객 분석이 선행 돼야한다. 도서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북큐레이션과 추천도서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이용자 중심, 구민을 위한 독자적 서비스 발굴 배경에는 공공성에 대한 은평구립의 운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다문화자료실.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 국가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비치하고 아이들이 보호자와 마음껏 놀며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용자 중심, 찾아가는 서비스

'책단비'나 스마트 도서관 등 혁신적인 서비스들과 함께 은평구립의 또 하나의 강점은 정보격차 해소 대응전략들이다. 도서관의 공공성, 문화복지 등 사회정의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제공하며 실험해가고 있다.

이곳은 복지관 등 도서관 서비스 이용이 쉽지 않은 정보 불평등 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비중있게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은 2001년 오픈 때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시각장애인 전용 자료실은 지난달 장애인 전용 도서관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역시 서울구립도서관 최초의 장애인 전용 도서관이다.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도서관을 즐겨보라는 취지다. 시끄러운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유니버셜 디자인'도 적용 중이다.

도서관 3층과 연결된 산책로 안내 입간판 . 산중턱이라는 불편함이 불광근린공원의 자연친화적 산림휴양 숲길과 이어지면서 도서관은 자연으로 확장된다.  

자칫 '구분 짓는' 위험을 감수하고 다문화독서실을 운영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문화독서실은 한국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신국가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함께 아이들과 부모가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순회문고, 학교도서관, 책나래 서비스 등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선도적이고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사서 노동자들의 노고를 그만큼 요구한다. 이들 혁신적인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곳 사서들의 아이디어로 국비사업으로 진행되는 것들이다.

강현구 사서과장은 "은평구민들이 보다 편하게 책을 이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단비'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다른 도서관에는 없는 추가의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며 "도서관이 지역사회 불평등의 고리를 제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사서들의 고된 노동을 잊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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