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환자 진료 보고 접종까지 극도 피로감
서너명 일하는 동네 병의원 "힘에 부치다"
급기야 靑 청원 "근무 환경 개선해 달라"
7월 중순부터 위탁 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코로나19 백신의 종류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규모 위탁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현장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백신 접종과 기존 업무를 병행하는 등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다.
27일 광주시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오는 3분기부터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들이 취급하는 백신 범위가 확대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5일 위탁 의료기관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모더나 중 취급할 백신을 직접 신청하도록 공지한 결과 전국 1만4천266개 위탁 의료기관 가운데 1만2천986개(91%) 병·의원이 2개 이상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했다. 특히 AZ·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모두 접종하겠다고 신청한 의료기관은 1만1천132곳(78%)에 달한다.
광주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7일 기준 지역 383개 위탁 의료기관 가운데 3분기에 AZ·화이자·모더나 등 유통되는 모든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의료기관은 347곳(90%)이다. AZ와 화이자를 접종하는 곳은 23곳(6%), AZ와 모더나를 취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9곳(3%), 화이자와 모더나만 접종하는 곳은 4곳(1%)이다. AZ만 단독으로 취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위탁 의료기관에서는 백신 접종뿐 아니라 일반 환자 진료 등 기존 업무도 이뤄지고 있어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결국 백신 접종 업무에 피로감을 느낀 관내 10여곳 의원이 3분기 위탁 의료기관에서 손을 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동구 한 내과의 경우 직원의 수가 원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창구 직원 1명과 간호사 2명이 대부분의 실무를 도맡는 중이다. 오전 8시부터 밀려들어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방문 경위가 처방전 발부 및 백신 접종 등 다양하다. 원장 이모(65)씨는 "적은 수의 직원이 하루에 많게는 300여명의 환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앞서 AZ만 접종했을 때도 버거웠는데 확대 접종을 해야 할 상황이 오자 결국 위탁 의료기관 협력에서 손을 뗐다. 여러모로 힘이 부치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의료기관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위탁 의료기관의 신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의료기관에서 접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의원은 대부분 직원이 1~2명인데, 백신 접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 진료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업무량이 점점 벅차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접종 실수가 일어났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백신 종류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매뉴얼에 (걱정이 들어) 마음 깊이 호소한다"며 "의료기관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17일 올라온 청원에는 27일 기준 1천100여명이 동의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7일 3분기 위탁 의료기관에서 여러 종류의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마련하고 위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백신 보관 및 접종 교육을 강화하는 등 오접종 유형별 예방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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