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대선과 지방자치분권

@박지경 입력 2021.09.15. 19:09
박지경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난 일이 있다. 당시 광주시청에서는 2급 승진 인사가 화제일 때였다. 이 시장은 인사와 관련해 고민을 얘기하다가 "정말 화가 난다"며 중앙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시장은 행안부가 2급 자리를 특정 실·국장으로 확정해놔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를 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고 불평했다. 이같은 불만은 이 시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 모든 광역·기초단체장이 갖고 있다. 부단체장과 간부들의 수를 정부에서 정해놓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자리는 몇급' 이런 식으로 못박아 놓으니 자치단체장이 조직운영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중앙부처가 돈과 인사의 중요한 부분을 틀어쥐고 안 놓아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기재부와 행안부가 권한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에 인사압력을 넣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제는 1988년에 지방자치법의 전문 개정으로 부활했다. 그 후에 계속되는 지방선거 실시 지연 등으로 지방자치제 실현에 어려움을 겪다가 1991년에 30년 만에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를 구성했다.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도 지방주민이 직접 선출했다. 이후 1998년부터 4년마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이같이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뽑고 있으나 완전한 자치제는 요원한 상태다. 돈과 조직 등에 대한 중요한 권한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관료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무원을 믿을 수 없다며 권한 이양에 소극적이다. 그들은 자치단체에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면 지방의 파산이 불보듯하고 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으로 전국 곳곳에서 인사폭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의 주장 이면에는 자신들은 엘리트여서 신뢰할 수 있는 행정을 하고 지방공무원들은 수준이 낮아서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권력과 돈 등 모든 것이 중앙에 있으니 국민들이 서울로만 몰려간다. 그리고 그 서울 사람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야말로 '서울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엔 지방이 없다. 중앙언론도 지방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지방소식은 거의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방민들은 중앙지에 매달인다. 거기에 한국을 움직이는 중앙의 돈과 권력에 대한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이 선사하는 시혜성 정책일 뿐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부분에서는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대선후보들이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공약을 하나둘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공약을 찾기 힘들다. 다만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과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정책공약 협약을 체결한 부분이 관심을 끈다.

KDLC와 협약을 체결한 김두관·추미애·이낙연·이재명 후보는 KDLC가 제안한 자치분권 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과제가 잘 이행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KDLC는 자치분권운동 시민사회 대표자, 학계 전문가, 풀뿌리 정치인 등 16명이 참여한 'KDLC 자치분권 대선 캠페인 TF'를 구성해 자치분권 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만들었다. 이중에서 기초단체장·지방의원·KDLC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해 '차기 정부가 가장 먼저 이행해야 할 3대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이 과제는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 강화, 국가균형발전 실현과 지방소멸 대응이다. 이외에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중앙정부 관련 부처 개편 ▲교육과 행정의 통합, 또는 교육자치 확대 ▲복지 분권 체제 강화 ▲사법행정의 지방분권 추진 ▲자치경찰의 위상과 기능 확대 ▲주민 주권 강화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정치 분권 등이 '10대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또 지난 해 전부개정이 이뤄진 지방자치법과 자치경찰제의 본격시행을 앞둔 중요한 시기다. 대선후보들은 자치분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서 주민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내년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과 함께 하루빨리 진정한 자치분권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박지경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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