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D-6개월, 흔들리는 국민들의 희망 찾기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입력 2021.09.08. 16:50

백 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싶을 때가 많다.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대선 경선 얘기다. 여(與)도 야(野)도 마찬가지다. 네거티브로 얼룩진 민주당 경선도 그렇거니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온통 시끄러운 국민의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은 코로나19로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데, 이놈의 경선판에는 민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책이나 비전 제시도 눈에 띄지 않는다. 누가 더 허물이 많은지, 네거티브가 판을 칠 뿐이다. 조금이라도 흠결이 덜한 차악의 후보를 뽑아야 할 판이다. 듣는 군수님들 기분 나쁘실지 모르겠지만 오죽했으면, '어디 시골 군수선거만도 못하다'는 핀잔도 곧잘 들려온다. 지치고 힘든 국민들에게 대선은 또 하나의 희망 찾기인데, 도대체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건지.

충청권에서 첫 번째 지역순회 경선을 마친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돼 온 여러 문제점들을 여실히 노출했다. 아니, 모든 것이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4.72%,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8.19%, 더블스코어 가까이 표차가 났다. 이 지사의 압승 이유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지만 대표적인 것이 이낙연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 실패가 꼽힌다.

이 전 대표는 당초 권리당원, 대의원 등 충청권의 조직표에 내심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중원에서 조직력이 발휘되면 1차 슈퍼위크, 호남경선으로 이어져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선거인단뿐만 아니라 권리당원의 표심도 55% 넘게 이재명 지사에게 쏠렸다. 당심은 민심이라는 등식과 대세론을 확인시켜준 결과였다. 그 배경에는 권리당원.대의원들의 낮은 투표율도 작용했다. 대전·충남 투표율은 48.40%, 세종·충북은 50.20%에 불과했다. 권리당원·대의원의 절반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것인데, 지난 19대 대선 경선 당시 충청권의 투표율이 76.35%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왜 그랬을까.누가 투표장으로 향할 이들의 발목을 잡았을까

이낙연 캠프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발표했다. 결론은 네거티브 전략의 패착이었고 '이낙연다움'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경선 초반부터 지역주의, 백제발언을 비롯해서 큰 한 방 없이 쏟아져 나온 네거티브 메시지가 당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뒤늦게나마 이낙연 캠프가 전략을 수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끝까지 확실한 검증을 주장한 참모들도 있었다고 하니, 그 또한 안타까울 뿐이다.

각 후보들의 미래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네거티브가 판을 치다보니, 끼어들 틈이 없겠지만 국민들의 삶을 바꿔줄 만한 희망을 찾지 못하겠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호남대전을 앞두고, 광주와 전남에 공을 들이고 있는 후보들의 정책을 보면 아직까지 그랜드 비전 공약이 보이질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때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 때는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공약으로 제시돼 현실화됐지만 지금 후보들에게선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다보니 역대 민주당 경선 중에 가장 감동도 없고, 비전도 없는 경선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여기에 결선투표조차 없이 원사이드하게 끝이 난다면 경선 흥행은 말 그대로 '꽝'이다. 논의를 국민의힘으로 옮겨 봐도 희망 찾기가 어려운 것은 매 한가지다. 정권재창출보다 정권심판,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절호의 기회인데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5명이 되는 후보들이 나와 기껏 하는 것이 역선택과 경선룰을 둘러싼 우격다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잘못 했으니, 우리는 이런 비전과 전략, 민생정치로 국민들을 섬기겠다'는 구체적인 목소리가 나와야 할텐데 안타깝다. 최근에는 '고발사주 의혹' 사태까지 불거져 당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혹의 실체를 두고 경선 후보들 사이에 반목과 불신도 깊다. 사안의 폭발력이 크고, 국민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해 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어느 것 하나 명쾌한 게 없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오십보백보다.

내년 대선이 3월9일이니, 딱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당과 후보들의 면면을 살피며 희망을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한숨만 들려온다. 누가 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역량과 자질을 갖췄는지 따져야 하는데, 지금은 누가 더 허물이 덜한지를 가려야 하는, 차악의 선거가 됐다는 것이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라는 프랭클린 애덤스의 말이 소환된다.

지도자가 현명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것도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제발 희망을 찾을 수 있게, 제대로 된 경선을 고대한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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