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광주공동체,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 살려야

@조덕진 입력 2020.10.07. 17:45


혹자는 말한다. '코로나는 평등하다'.

허나 이는 죽음이 평등하다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착각이다. 정서의 수준이 아니다. 코로나가 주는 사회적 고통은 계층간 차이가 확연하다. 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는 데이터와 연구논문들이 증언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에 여성일수록, 가난할수록 더 열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26.3%) 실직이 정규직(4%)의 6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 소득 감소도 비정규직(53.8%)이 정규직(19.2%)과 비교가 안된다.

'국민'에서 배제 당한 이들

더욱이 '국민안전'을 위한 강력한 방역체계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겐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했다.

방역을 위한 원격수업, 각종 돌봄 기관과 복지시설 폐쇄로 아이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비상상황에서 가동된 국가적 대응체계 속 '국민'에 이들 사회적 약자는 고려조차 안됐다. 우리 사회의 무도한, 소위 정상주의가 가져온 또 다른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사회에서 코로나 정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없을 것,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다음으로,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있어야한다. 최소한의 필수조건이다. 이 중 한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지난 봄 이후 사회적 방역 차원에서 각종 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은 부모에게 살해 당하거나, 부모가 일 나간 사이 '집'에서 화마에 목숨을 앗겼다.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었던 장애인 가족은 극단적 선택을 해야했다. 그 너머, 집콕문화로 물량이 폭증한 택배현장에선 올해만 7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목숨을 앗기는 것도 가슴 아픈데 설상가상 참담한 계층화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보고서들이 섬뜩하다.

그나마 이 사회 유일한 계층 사다리였던 교육에 위험신호가 켜졌다. 계층간 학습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암울한 데이터다. 학습격차 뿐아니라 학생이나 부모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도 취약계층에 가중되고 경제적 부담까지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과 한국학술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원격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격차(61.8%, 80%)로 나타났다. 이같은 학습격차 주 원인은 가정환경차이(72.3%)였다. 소득수준에 따라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또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가'도 중요 요소였다. 계층에 관계없이 원격수업 기간에 85% 이상이 '집'에 있었는데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은 52%가 부모와 함께 있고 15% 만이 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는 35%와 28%였다.

심지어 경기도교육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위기속에 가난한 집안은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가 취약계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난 불평등과 혐오·차별 현상은 '재난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과 교육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학교역할 재구조화의 핵심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공동체 형성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학습복지 재개념화'의 실현이다."

지역민 바람 읽어야 대리인

안타깝고 서운한건 유서깊은 '교육도시' 광주에서 이같은 교육격차나 공교육의 역할, 혹은 선제적 대응에 관한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있다는 사실이다.

광주·전남 교육계 수장이 교육현장의 민주화를 외쳤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배반감마저 든다.

국가의 무도한, 반헌법적 비상상황에서도 '절대공동체'를 구현했던 광주에서. 전통은 비상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 아닌가.

지역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이 지역민 안전이나 교육도시 광주의 현장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안했다는 소식 역시 듣지 못했다. 국가나 지방정부에게 촉구를 하든, 지원을 하든 어떤 움직임이 있었어야 했다. 이래저래 비상상황은 이들 대리인들에게 과제를 던지며 그들의 역량을 심판하라 촉구하는 듯하다.

조덕진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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