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코로나 방역의 그늘, 인권의 뉴노멀도

@조덕진 입력 2020.07.15. 19:15

다행한 일이다. 광주시 방역당국의 헌신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참여로 코로나 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고 이 불행한 동거를 언제 끝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진정국면에도 광주시가 2단계, 3단계의 대응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체가 불분명한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답답함과 알수 없는 분노를 유발한다.

코로나로 드러난 불평등 고리

허나 이 분노조차 어쩌면 행복한 편에 속한다. 이같은 철저한 사회적 방역이, 그 빼어남이 역설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 되는 잔인한 현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시설 폐쇄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철저한 방역은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고, 우리나라가 방역 성공적인 국가로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광주가 지난 시간 청정지역으로 평안을 누린데도 이 방역이 한 몫 했다. 그렇게 사회 구성원 보호가 진행되는 사이 이 '모두'에서 배제된 이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지난달 초 광주 광산구 도로변 차 안에서 20대 중증 발달장애 아들과 50대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코로나 19로 지역 복지시설이 폐쇄돼(이는 명백히 사회적 방역차원에서 필요한 일이었다) 사회적 돌봄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진 참사로 알려졌다. 이 죽음을 어찌 자살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엊그제인 13일엔 남구 주월동에서 쓰레기 더미 속에 구더기가 들끓는 집에서 두 아이가 아동보호기관에 구조됐다.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인 이들은 부모와 살고 있었지만 영양상태는 부실했고 머리에 이가 발견되는 극도의 불량한 위생 상태였다. 이달 초에는 저 멀리 천안에서 9살 남자 아이가 부모에 의해 가방에 감금됐다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개학이 늦춰지면서 아동학대 발견이 늦어져 목숨까지 앗긴 것으로, 유치원이나 학교는 문을 열지 못하고 지역아동센터 마저 문을 닫아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인가. 코로나 초기에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이주노동자 등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마스크를 구입조차 할 수 없었다. 이들의 절규는 재난이라는 재앙에 묻혀 채 드러나지도 않았다.

공정이니 기회의 평등이니 하는 외침이 온 나라를 집어삼킬 듯 떠돌아 다니지만 '모두'에 속하지 못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약자들 공정이나 위험에 대한 경고는 거의 울리지 않았다. 넘치는 언사는 소위 '모두'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던 것일까. 그 모두에 속하지 못한 소수자, 경제적 약자는 물론이고 장애인, 외국인, 성적 소수자 등은 역으로 혐오와 차별의 낙인이 강화되는 수치스런 선진국을 보여줬으니.

'모두'라고 다 평안한 것도 아니다. 코로나 19로 '모두'안의 신분격차가 더 커지리란 불행한 전망이다. 지난달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분석 결과는 험악하다. 특정 과목에서 코로나발 학력격차가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들의 지원이 가능한 상위 등급의 경우 성적수준에 변동이 없으나 공교육이 필요한 중상위권 점수는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어찌 수치만의 일이겠는가.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현장의 변화는 부모 등 조력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허나 컴퓨터나 인터넷 환경이 어려운 조손가정이나 저학력 생계형 가정의 경우 학습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같은 현실이 중상위층에까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모두'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해

온 사회가, 전 지구가 코로나 이후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준비하고 있다. 이 뉴노멀에 방역의 그늘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국가차원에서 준비돼야하지만 국가가 못하면 우선 지역 단위에서라도 먼저 준비에 나서보면 좋겠다. 광주시가 지난달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 이후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자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인권도시 광주의 새로운 표준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가보자. 하여 문화예술도, 인권도 광주에 와서 배워보라는 행복한 오만을 부려보자. 그런 꿈 이제는 마음껏 누려도 될만한 사회 아닌가.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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