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지방의회 의원님들 , 지금 안녕 하십니까?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입력 2020.07.08. 09:25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지난 1991년 3월 26일 기초·광역의회 의원 선거와 동시에 부활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국회 의회정치제와 지방자치제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아래에서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은 지역 주민을 대리해 자치단체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의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지방의원들의 각종 비위와 추문이 잇따르면서 자질과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우리의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자치분권을 통한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궁극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스터 지방자치' 고 김대중 대통령

언뜻 지방자치 부활과 관련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1990년 10월 8일. 이날은 당시 제1 야당인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가 지방자치제 실시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날이다.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13일 동안 이어지면서 정국은 경색되어 갔다. 단식 투쟁 13일 째 되던 날, 여당인 민자당 최고위원이 된 김영삼 대표가 병실을 찾는다. 김 대표는 3당 합당(1990년 2월 9일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제2야당인 통일민주당, 제3야당인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한 사건)을 통해 여당 대표가 된 정치 승부사였다. 김대중 총재는 이 자리에서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끝까지 싸웠는데 민주화란 무엇이오? 바로 의회정치와 지방자치제가 핵심 아닙니까? 여당으로 가서 다수의석을 가지고 있다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라며 김영삼을 설득했다. 이러한 김대중 총재의 흐트러짐 없는 설득은 여야간 '지방자치 시행'이라는 큰 합의를 이끌어 낸다. '1991년 6월 30일 이내에 기초·광역의회 구성, 1992년 6월 30일 이내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가 그것이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중단된 지방자치가 불완전하나마 30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1995년 6월 27일 기초· 광역 단체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형식상 지방자치가 완성된다.

필자는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된 1991년 무등일보에 입사, 지방자치 부활의 역사현장을 경험했다. 기자 초년생으로 정치부에 배속돼 기초의회를 출입하면서 초대 의회를 맡았다. 되돌아보면 아쉽게도 초대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 인식이 부족했다. 또한 의원 대부분의 자질과 도덕성도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당시 의원 대다수가 평화민주당 일색이어서 이들을 제어할 견제장치도 없었다. 주민대표라는 과도한 열정만이 초대 지방의회를 지배했고, 주민들은 실망했다. 광주 서구의회 본회의장에 놓인 자치단체장(당시는 임명직) 책상이 의장 책상보다 높다며 톱으로 책상다리를 자른 사건은 유명하다. 광주 북구의원들이 후반기 의장선거를 둘러싸고 소회의실에서 주류, 비주류 의원 간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했다. 또한 의원들의 지역구 주민과의 각종 성추문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경험이 전무했던 초대 지방의회 의원들의 시행착오라고 여기면 그런대로 봐 줄 수도 있다.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현재, 지방의원의 자질과 도덕성에 큰 변화가 있는가? 안타깝지만,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현재도 지방의원들의 각종 비위가 잇따르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불법 수의계약과 공금의 사적 유용, 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파벌싸움, 비위를 묵인 방조하는 집단이기주의 등의 현상이 계속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자치관련 법률 개정은 곧 국가 균형발전

현재 지방의원들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 덕분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가 재정과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은 더디다. 지방의회 관련 인원과 사무국 인사권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지방자치는 '반쪽 자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쪽 자치'는 중앙정치의 예속화를 불러,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 성장을 초래한다. 또한 지방의원들은 중앙 정치인에 예속돼 민의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인식, 자치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래서 문 정부의 집권 후반기 2년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중대한 시점에 잇따르는 지방의원들의 비위와 추문은 자치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정책 추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자질 향상과 도덕성 회복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자치관련 법률 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 각각의 각성과 분발이 절실한 이유이다.

김종석 상무이사 겸 마케팅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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