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2020 총선 4개월 앞으로 … 어떤 후보 뽑을까

@강동준 입력 2019.12.04. 19:29

강동준 편집국장

1987년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호남에서는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비아냥이 꼬리를 물었다. 대선출마를 결심한 DJ가 그해 통일민주당 내 동교동계를 모아 창당한 것이 평민당이다. 이후 대선에서 패한 DJ는 민주화 인사 등 세를 규합해 1988년 13대 총선에서 황색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으로 등극한다.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광주교대에서, DJ가 가는 곳에는 구름인파가 몰렸다. 호남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당수인 DJ는 탁월한 설득과 소통능력으로 그야말로 ‘말의 정치가’였다.

공천혁명과 새 인물 수혈

당시 DJ 그늘 아래, 특히 호남에서는 ‘정권창출’이란 명분과 함께 ‘말뚝공천’이 선거전략 처럼 진행됐다. 공천장을 받은 일부 후보들은 정치 생명력이나 리더십에 의구심이 더해졌고, 영호남 지역감정의 최대 수혜자란 꼬리표도 달렸다. DJ가 당수였던 그 평민당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실질적인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나 균형발전, 남북문제 등 여러 정책의 연장선에서도 DJ의 행보는 분명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진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황색돌풍을 일으키던 그때 당시의 ‘말뚝공천’은 아니여도 ‘공천 요행수’를 바라는 정치인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악역을 할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내놓은 말이다.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악역을 자처하겠다는 취지다. 세대교체, 새 인물 수혈을 위한 결연한 의지로도 보인다.

광주·전남에서도 ‘청와대’나 ‘대통령 직속’이 붙은 정치적 명함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청와대 출신이 대통령과 인연을 앞세워 지역에 말뚝을 꽂으면 선거전에선 분명 완장의 무게감이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파격공천이나 새 인물 수혈을 단행하며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87년 문동환 목사 등 재야 민주화 인사들로 세를 규합해 창당을 도모하거나 1990년 경북 칠곡 출신의 이수인씨를 함평·영광 재보궐선거에 출전시켜 당선시킨다. 김대중 총재는 “우리를 핫바지로 취급하냐”는 지역민의 반발과 참모들의 만류에도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허물고 인물본위 선거를 치르자”며 강행한다. 그러나 92년 14대 총선에 이어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는 고배를 마신다. 새 인물군인 운동권 출신의 임종석이 16대에, 이인영·우상호가 17대 국회에 입성한다.

내년 21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DJ무게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30여년의 세월동안 DJ는 무수한 정치인들을 배출했지만, 자신만큼의 리더십과 비전, 위기관리능력, 불굴의 의지를 갖춘 정치 후계자의 배출에는 실패했다는 자괴감도 든다.

광주·전남 지역의 입장에서, 아니 유권자의 입장에서 다시 총선을 생각해본다.

모두가 영웅이 되는 선거해법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적극적인 정치참여도 그만큼 중요하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DJ의 인생역정에서 보듯 후보 개인의 걸어온 길을 되새겨보면 걸어갈 길도 보일 것이다. 즉, DJ의 길과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변되는 품이 그 선택지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거칠고 험한 생활 속에서 가족을, 아니 대한민국을 자신의 상처처럼 아파하며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작은 영웅들이야말로 선거의 진정한 주인들이다.

DJ의 공과를 풀어헤쳐 서술한 책, ‘영웅의 최후-김대중 평전’(1992.이태호)중 한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한사람의 영웅을 따르는 대신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되어 투표 혁명으로 또는 시민운동으로 도의가 무너져 난장판이 되어버린 정치판을 해체하고, 민족 구성원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지역감정을 씻어내며,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진척시키고, 민족의 에너지를 세계평화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그리하여 서기(瑞氣)가 우리사회에 넘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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