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코로나 겹쳐 타격
호우로 비싸진 식재료 버거워
개인 노력·능력으로 해결 안돼
이대로 가면 연말쯤 문닫아야
"정부나 지자체에서 강력하니 잡고 있으니 조만간 (확진자) 줄 것이지만 문제는 명절이후 아니 것서요. 이동이 많으니 어쩔런지, 좀 줄어야 할 것인디."
광주시 북구 말바우 시장 근처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하고 있는 오모씨(57).
이 자리에서만 15년째 음식점을 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힘든 날은 기억에 없다.
주방은 물론 카운터와 서빙 등에 오씨 부부 그리고 딸, 세명이 전부다.
"인건비 때문에 일하시는 분을 쓸 수가 없어요, 그냥 가족끼리 하면서 버티는데도 힘들어요."
식당은 15년동안 점점 잘 되기 보다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경기침체였다.
시장 옆 조그마한 식당이라 시장을 찾는 일반 사람들도 많지만 단골 손님은 당연히 시장 상인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상인들끼리의 작은 모임이 활성화되면 장사를 끝낸 밤에 삼겹살 놓고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는 기회가 많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가 왔어요. 광주 첫 확진자 발생 시기인 3월부터 4월까지 힘들더니 5~6월 조금 낳아졌어요. 그러다가 이번 달에 큰 일이 난거죠. 큰 일이."
서울 광화문 광장의 8·15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N차 감염으로 이달 초 시장의 선 술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인근 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장 자체가 폐쇄된 것이다.
오.씨를 비롯한 가족들도 당연히 지난 8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아침, 음성통보를 받기 까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기억하기도 싫다.
"음성 판정이후 9일 오전 식당에 나왔는데 길을 지나는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이, 아이쿠 안되겠구나 하는 데 시장이 임시 폐쇄되고 이틀동안 방역에 들어가자 하는 일 없이 쉬게 됐죠"
오씨는 이어 다시 시장이 문을 여는 12일 오전 말바우 시장 내 단골집을 다니며 식재료를 구입했지만 허사였다.
시장은 문을 열었지만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고 주변 음식점들도 당연히 손님들이 없었던 것이다.
이날 산 식재료를 거의 버리게 되자, 다음날부터는 식재료 양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 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집중호우 등으로 두배정도 비싸진 야채를 사다 놓았는데 손님 상에 나가기는 커녕 손질하기도 전에 상해서 버리게 되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으로는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설명이다.
"만약 명절이후에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다시 2.5단계 수준이 이어진다면 올해 안에 장사를 접어야 합니다.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어요."
하루에 최소 몇 십만원 정도는 팔려야 하지만 최근에는 점심 손님 몇 상 내고 나면 끝이나 10만원도 못 채운 날들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서 오씨는 올해 초 보험을 유지할 수 없어 해약한데 이어 최근에는 넣고 있던 적금마저 해약했다. 본인 일생에 처음있는 일이지만 아직 가족들 조차 모르는 사실이다.
80년대 중반 한서·호남·서울·롯데우유 대리점을 10여년 하면서도 버텨왔고 이후 운동화 빨래방을 하면서 한 켤레에 2천원 받으려고 5년동안 수거와 배달 등을 억척같이 해왔지만 코로나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겨 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사림이 없는 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오씨 눈이 어느새 붉어졌다. 도철기자 douls18309@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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