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교사가 필요 없는 세상

@이운규 신용중 교사 입력 2021.06.15. 10:35

이 말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교 교사의 역할에 대한 위기감이 생기면서 나온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 거의 모든 인간 노동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시대가 불과 몇 년 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다른 인간 노동과 직업들의 대체도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의사도 곧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변호사나 판사도 곧 그렇게 된다.

나 같은 학교 교사도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저런 교과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 무렵이 되면 학생들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공간에서 생생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학교 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식이 전수될 것이다. 이 학습은 학생 개개인 맞춤형으로 이루어질 것인데,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특성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인공지능이 학생의 학습 전 과정을 통제하고 이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위와 같은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역할은 끝나겠지만, 다른 역할 예를 들어 학생들의 감정을 읽고 상담해 주면서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일 역시 인공지능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학생 상담이란 게 무엇인가? 학생 내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면서, 가능하다면 그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것이 상담이다. 그런데 이 상담의 과정에서 인간 상담 교사는 중요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학생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교 교사는 학생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충분히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아줄 수 없다.

바로 이 모든 한계를 인공지능은 극복할 수 있다. 학생의 탄생 순간부터 이 학생의 전 성장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은 지니고 있다. 학생의 잠재적 능력과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데이터도 가지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는 문제 해결의 실제적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어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학생의 가장 아픈 경험을 인공지능은 알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학생의 그 아픔에도 이해와 공감을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 같은 기계는 감정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해와 공감은 진정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감정은 신비하고 영적인 현상이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생화학적인 알고리즘 작동의 결과일 뿐이다.)

이런 세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과연 이런 세상이 와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사 대신 기계(인공지능)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하고 돌보는 세상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이하고 낯설고 어색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기계(인공지능)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기계가 교사라는 특수한 역할을 대신한다는 데 있다. 교사의 특수한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람' 자체, 즉 전인(全人)으로서 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교사는 다른 어떤 직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가지 특수한 직업적 부담을 지닌다. 그것은 바로 교사 자신이 한 인격체로서 학생 앞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에서 교사의 인격은 학생의 인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교사는 무엇보다 인격적 모범으로써 학생을 가르친다.

그러면 생각해 보자. 기계(인공지능)가 사람(학생)을 가르친다면, 그 사람(학생)은 인공지능(기계)을 '인격적' 모범으로 삼아 길러진다는 의미인가? 물론 이는 안 될 일이다. 인공지능이 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곧 '대신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이운규 신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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