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영국 교사들의 파업

@김승용 입력 2019.12.09. 08:24

이운규 신용중 교사

지난 10월 17일부터 개정된 새로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이제는 학생의 교사에 대한 상해, 폭행, 협박 등의 행위에 대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학생을 징계할 수 있게 되었다.(이전에는 교권보호위원회에 학생 징계권이 없었다.) 갈수록 도가 심해지는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공격행위에 대한 대책인데, 이런 행위들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한국에서 위의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던 즈음에, 영국 BBC 방송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에 Starbank 중학교 교사들이 파업을 벌이다’ 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30여명의 교사들이 교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파업을 하였다. 학생들의 폭력적 행위로부터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파업에 참가한 교사들이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업 중에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 교사들이 응급 버튼을 누를 때 학교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즉각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경비 인력도 일주일에 두 번 밖에 근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파업을 이끈 교사 노조는 이 학교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교사는 자신이 실제로 한 학생으로부터 칼로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교사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여 입술이 찢어졌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Birmingham 시 교육청은 교사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었으며 이에 따라 3일간의 파업을 끝내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는(적어도 한국의 일선 학교 교사들은) 우리와 다른 영국 학교의 모습과 시스템이 좀 생소하고 의아하게 다가온다. 교실에 응급버튼이 있어 비상시에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학교에 경비 인력이 있어서 학생들의 공격적 행동을 제압한다는 사실도 그렇다. 한국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해당 시간의 교과담임교사가 혼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만일 교실 밖 교정에서 학생이나 혹은 외부인들에 의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다면 그것 또한 교사들(학생부 등에 소속된 교사들)이 그 행위에 직접 맞서서 대처해야 한다. 이 기사를 보면 영국 학교에서 이러한 일은 교사가 아닌 학교를 관리하는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교사는 책임 있는 이들 관리자의 대처에 따라 학생들의 폭력 행위로부터 자신들의 심신과 교육활동을 보호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이 기사에서 교사들이 관리자가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교사가 교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심지어 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한국 교사들에게 이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얘기이다. 단적인 예로, 서두에 언급한 교권보호위원회의 운영 실무(간사 역할)를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 자신이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권 침해 신고를 접수하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위원회를 소집하여 위원회에 사건을 보고하며, 위원회 결정사항을 이행하는 모든 일들이 다 교사 자신의 업무로 되어있는 것이다. 학생 간에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에 관한 특별법을 나라에서 만들고, 그 법을 시행하기 위한 모든 절차와 행정 업무를 현장 교사에게 맡겨버린 일의 연장이다. (교내에 수상한 외부인이 출입하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학교 내 곳곳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그 영상의 모니터에서부터 TV 관리에 이르기까지 그 운영 책임을 교사에게 맡겨버리기까지 하였다.)

이런 식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온갖 가지 역할과 책임들 속에서 한국의 교사들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도 시간도 없이 살고 있다.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이러한 교육당국의 행태는 교권보호위윈회에서 어떤 징계를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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