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문 넘었지만 군의회 남았다"···화순 풍력 문제 '산 넘어 산'

입력 2021.03.25. 13:15 임장현 기자
주민발의안 16일 전달받은 화순군의회
집회 열자 9일 만에야 "곧 상정 하겠다"
'전체 주민 의견 청취'…가·부결 판단 못해
주민 "수년간 무시…이제와 뭘 더 듣나"
24일 화순군의회 앞에서 주민들이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화순군 주민들이 발의한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원상복구 조례안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혀 주민들이 길거리에 나왔다.

24일 주민동의없는화순풍력저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화순군의회 앞에서 주민 조례안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전남연대 등은 입장문을 통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변경 및 주민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해야 할 군수와 군의원들이 풍력발전 이격거리를 완화해 기업의 사익추구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의원이 주민 찬성을 얻기 위해 이장에게 100만원씩을 돌리는 행위 등도 지적하면서 주민들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 의결을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동복면 주민 박세진(63)씨는 "속에 열불이 나서 찬 바닥에 앉아 있어도 춥지 않다"며 "주민들이 이격거리가 뭔지도 모를 때 개정해버리고, 주민들이 원래대로 고쳐달라고 하는데 무슨 검토를 그렇게 오래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화순군은 주민들이 제출한 개정 조례안을 지난 16일 군의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군의회가 곧바로 상정하지 않자 대책위는 상정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24일 화순군의회 앞에서 주민들이 풍력발전시설 이격거리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가 항의 집회를 진행한 후에야 의회는 "오는 26일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군의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크고, 전체 주민의 찬성·반대 의견도 수렴하는 절차도 진행해야 해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의 가·부결을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표 대책위 총무는 "지난해 이격거리를 줄이는 개정안을 논의할 때도 반대하는 주민들만 있었지, 이격거리를 줄이는 것을 옹호하는 주민들은 없었다. 당시 해당 안건을 발의한 의원조차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주민 입장에서는 이미 수년 간 논의가 진행됐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반대를 하고 있는 마당에 군의회가 절차를 따지는 것은 늦장 피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류영길 화순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의원이 발의한 조례를 개정하기 전 간담회 때 이격거리를 줄이는데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밝혀 전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 상당 기간 걸릴 것이라고 파악된다.

화순군은 지난 2019년 8월 풍력발전시설의 이격거리와 관련된 조항을 신설해 군내 풍력발전 시설은 ▲10호 이상 취락 지역부터 2㎞ 이내 ▲10호 미만 취락 지역으로부터 1.5㎞ 이내에는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군의회가 지난 10월 13일 해당 조항을 개정, 이격거리를 각각 1.2㎞, 800m로 완화해 주민들이 투쟁에 나섰다.

한편, 대책위 측은 풍력발전 사업체가 발전 허가 취득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했고, 모 화순군 의원이 풍력 발전 찬성 서명을 받기 위해 마을 이장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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