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문화예술회관, 책임의 조화가 절실하다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입력 2021.09.14. 10:24

광주 문화예술계가 광주문화예술회관장직을 놓고 갈등 양상이다. 현 성현출 관장 사임으로 광주시가 문화예술회관장직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예술인과 몇몇 단체들이 원상 복귀를 주장하는 등 문화예술회관장 직위가 지역 문화계의 핫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개관 후 처음으로 문화예술회관장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 민간 전문가를 임용했다. 성 관장은 임용 후 시립예술단의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 등 시립예술단의 효율적인 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하고, 국악 상설공연을 브랜드화 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 시립예술단과 적극 소통하면서 문화예술회관의 혁신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브랜드가치를 확보하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가 개방형직위 해제에 나서자 문화계는 개방형직제를 없애는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다. 시는 문화계 오해란 입장이다. "30여 년 만의 문예회관 리모델링 등 중요한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시설 보완 공사를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섭 시장도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직자가 문예회관을 일정 기간만 운영하고 향후 개방형 직위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8년 만에 어렵게 만들어진 개방형 직위가 2년여 만에 백지화된다는 소식에 문화예술계가 놀라고 당황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개방형 직위' 해제 철회 요구가 이어진 배경이다. 아쉬운 것은 광주시가 지금은 공무원을 임용할 시기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인사권자의 입장을 지역 문화계나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와 소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화예술회관뿐만 아니라, 문화 관련 기관은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특히 문화예술회관은 시민문화향유를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기능과 공간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기획하고 뒷받침하고 이끌어가야한다. 문화예술회관장 자리는 단순히 관리자가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한 총감독, 예술경영인이어야한다.

문화예술 현장에 어둡고 프레임에 묶인 공무원 특성상 유연한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 분야에 창의적인 총책임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자질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 총감독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또는 "적재적소"란 말이 있는 이유이다.

이번에 향후 문제를 고민해야한다. 임기 완료가 아닌, 임기 중 도중하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개방형 자리가 일회성으로 끝나 없어진다면 이것도 결코 바람직하지가 않다.

공무원 중에서도 문화에 대한 식견과 운영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 공무원 임용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공직 내부 공모를 통해 민간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을 선발해 문화예술회관장으로 임용하는 등 지역 문화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우려는 문화예술회관의 민간 전문가 운영이 2년여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퇴직 직전의 공무원이 관장으로 오는 구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확실한 보장책을 밝혀 주어야 한다.

광주시나 문화계는 기관과 단체의 이해를 떠나 이번 문제를 오직 광주시민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 잘 해결하는 슬기로움을 보일 때이다. 차제에 광주시와 문화예술계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정기적 대화의 채널이 가동되기를 바란다.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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