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에게는 항상 희망이 있었다

@송형택 언론인 입력 2020.09.27. 13:10

사람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시기나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개인적인 일이건, 사회적인 일이건 그러한 위기는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또 위기는 기회라고도 하지만, 개인이 그 위기를 극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그 위기에는 어떤 이념, 초월적 대상,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 등에 기대하고 또 그러한 기대와 요구가 이루어져 왔음을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어떤 그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데는 위대한 힘, 신적 존재가 있었다.

1592년 임진년에 시작하여 7년간 이어진 왜의 침략은 우리 민족사에 가장 큰 위기였고, 고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였기에 이순신이란 인물은 우리 역사에 성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이순신은 타고난 성인은 아니었다.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로 상징되는 선조 임금에 대한 이순신의 각오는 어쩌면 오기에 가까운 결심이었고, 또 어쩌면 선조에 대한 실망이고 경멸이었지 않을까 싶다.

그날 이순신은 수군을 폐하라는 선조의 명령에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다'고 잘라 답한 뒤, 폭음을 하고 망궐례(望闕禮)도 하지 않았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내 할 일을 하겠다는데, 무슨 간섭이냐는 심정이었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이순신의 판단은 나라와 백성을 구했다. 그러하기에 이순신의 결단은 그를 성웅으로 우러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요즈음 시대 상황을 보면 우려와 걱정을 넘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걸핏하면 자신이 마치 대단한 우국지사나 되는 것처럼 국민을 내세운다. 국민의 뜻, 국민의 요구 등을 내세워 그럴듯한 주장을 하고 선동을 한다. 하지만 얄팍한 껍질을 한꺼풀 벗기면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추구에 여념이 없는 망동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대놓고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상대방을 서슴없이 헐뜯는다. 더욱이 백악관에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청원까지 하는 것은 도무지 온전한 정신을 가진 자들의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내세워 물어뜯기식의 행태를 정의나 공정으로 포장하여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범죄라 할 수 있다.

세상이 공정하고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사회야말로 모두가 원하는 보편적 삶을 영위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 절대권력을 무너뜨린 페스트의 창궐처럼 작금의 코로나 19가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인간이 갖는 이성적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손자는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 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핵심은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나의 능력과 판단을 사용할 것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이다 부처는 자비를 가르쳤고, 예수는 사랑을 내세웠다. 그런데 현 상황은 누가 더 앞장서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느냐를 시합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잘못된 과거를 간판 바꾸는 것으로 처리하고, 그때마다 국민의 뜻, 국민의 요구를 앞세운다. 한마디로 뻔뻔함의 극치이다. 학자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오염된 강물을 프로펠러를 돌려 정화시킨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더니 현재도 그런 수준이다. 우리 후세들이 그들에게 무얼 배울까 걱정하는 이유이다.

교육자들도, 노동자들도 집단으로 모이게 되면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게 다반사다. 종교인이라고 다를바 없다. 신이 특정장소에만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결국 신은 허상이거나 인간 내면의 욕심 결정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 19에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의료인을 보는가 하면, 백의의 가운을 내팽개치는 모습도 본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이순신에게 12척의 배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다면, 오늘 하루 폭음을 하고 겉치례 인사 따위를 하지 않더라도 나보다도 너와 우리를 평화롭게 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 그게 어렵다면 방해라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송형택 광주그린카진흥원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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