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김관영 나주시 미래전략산업국장 입력 2020.07.19. 14:05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가객 (歌客)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 가사 일부다. 개인이나 도시를 막론하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이 한둘이랴! 그래서 옛날부터 선조들은 이야기로, 문자로, 물건으로 남기고, 기록하고, 전승해 왔으리라.

나주의 경우 천여 년 간 전라도 중심지였기에 남도문화의 주 생산지고 최대 소비 지역이었지만 근현대로 접어들며 많은 것이 잊혀지고 잃어버렸다. 예를 들면 국가무형문화재인 '고싸움'은 원래 남평에서 성행했고, 장시(場市)의 발상지 나주 장터의 명물 나주비빔밥은 곰탕에 밀려 잊혀졌으며, 최근 프랑스 '파리 부채 박물관'에서 발견된 조선 최고의 명품부채 나주선(羅州扇)에서 보듯 죽공예품의 본고장 나주의 명성 또한 잃어버렸다.

어디 그뿐이랴? 1978년 나주 다도면 불회사의 번와(기와를 교체하는)불사 때 발견된 상량문에 366년 마라난타가 창건하였다는 기록을 근거로 백제 불교의 최초 도래지가 나주이며, 이때 차(茶)도 함께 전래되어 한국 전통차의 최초 전래지 또한 나주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었다. 실제로 1938년 11월 18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중국 당나라 이래 문헌으로만 전해오는 천년 전통의 전차(동전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의 제조기법이 불회사에 전승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판소리는 어떤가? 나주목의 행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예인들의 조직이었던 나주 신청(神廳)은 조선 후기 8명창으로 추앙받는 정창업을 위시하여 정재근과 근대 5명창 김창환 등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어전명창(御殿名唱)을 비롯, 무수한 명인을 배출한 서편제 개화지이자 종가집이었다. 한국 최초의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정광수가 나주출신이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최근 나주시가 전국 최초로 신청문화관을 재현하여 판소리 역사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며, 이 소문을 들은 국악인과 학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

이렇듯 잊혀지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없을까? 개인이나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각종 고문서부터 자연경관까지 알게 모르게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이러한 유형의 것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의 무형자산인 정신문화, 즉 정체성이다.

나주인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한을 비롯한 영산강을 무대로 한 해양세력 유전자에서 발현하여 왕건과 함께 고려를 창건했던 도전과 개척정신, 그리고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주가 나라의 보루'라는 주인의식으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쳤던 의병정신일 것이다, 그래서 나주를 의향(義鄕)이라 부른다. 나주가 한말 최초로 단발령 의병을 일으킨 죄로 관찰부가 광주로 강제 이전된 이후 120여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혁신도시와 한전공대를 유치하여 광주·전남 상생발전의 주역으로 우뚝 서고, 최근 호남 의병정신을 기리고자 전남도가 공모한 남도의병 역사공원을 유치한 것도 선조들이 역사의 고비 때마다 선봉장으로서 모든 것을 바쳐 기여했던 역사적 배경과 의향정신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붙들고 지켜 가야 할 것은 우리의 정신문화 즉 정체성이다. 나주가 호남의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역학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챙기는 이유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김관영 나주시 미래전략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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