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용과 연대로 코로나19위기 극복하자

@임택 광주 동구청장 입력 2020.03.09. 15:13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춘의 계절이건만 거리와 식당은 텅텅 비었고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지구를 덮친 우환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고대하는 중이다. 분명한 위기상황이지만 보건당국의 꼼꼼한 대처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슬기롭게 대처해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수준 높은 한국의 대응방식에는 세계인들도 놀라워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비용과 진료비를 정부가 부담하고 전국 570여 검사소에서 하루 1만5천여 건의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용능력, 여기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선별진료소가 등장하는 등 혁신적인 대처에 찬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한국은 진단능력이 우수한데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책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난이 닥쳤을 때 너나없이 하나가 돼 공동체정신과 협력으로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던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유조선 좌초로 기름범벅이 된 태안 해안 갯바위를 말끔히 닦아낸 것도 연인원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곳곳에서 훈훈한 미담이 들려온다. 우리 동구에서는 동명동 '카페의 거리' 건물주들이 '착한 임대료'운동을 펼치며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3개월 간 5~15%씩 인하하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맞벌이가정 아동들의 돌봄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아동시설 종사자들이 정상 출근해 긴급보육서비스를 제공하며 맞벌이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다. 동구한의사협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힘쓰고 있는 선별진료소, 24시간 콜센터 근무자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귀한 경옥고를 기부해주셨다. 동구의 자매결연 도시인 강진군청은 방호복 100세트와 손소독제를, 사회적기업 건화에서는 방역장비와 이동차량, 소독약품을 지원해 관내 경로당 전체에 무상방역작업을 펼쳤다. 한양생활건강은 자가격리자를 위한 마스크와 컵라면, 쥬스 등의 물품을 전달해왔다. 이밖에 천주교광주대교구를 비롯해 평범한 시민들이 보내온 피자, 과일, 음료 등의 격려물품이 연일 답지해 큰 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대구지역 확진자에게 병상을 제공하기로 한 광주공동체의 결단은 '달빛동맹'을 넘어 '헌혈과 주먹밥'으로 상징되는 대동의 광주정신을 안팎에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이용해 가짜뉴스로 여론을 왜곡하고 마스크 사재기로 돈벌이를 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딴지걸기를 하는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사회는 서로가 그물망으로 연결된 하나의 공동체다. 이웃과 마을의 건강이 곧 나의 건강과 직결되는 작금의 상황에는 더더욱 서로를 응원하고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에 이은 기술 중심의 고속성장으로 세계 12위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근 1세기 만에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분명 자랑스러워할 만한 경제발전이지만 외적성장에 비해 양극화, 세대와 이념, 지역갈등의 골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더뎠다. 차별, 배제, 혐오, 분열이 넘쳐나는 한 사회통합의 길은 요원하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포용 그리고 공동체의 연대가 절실하다. 누구나 안전한 삶을 보장받고,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품격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