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눈 뜨는 소통 시작하자

@박석호 입력 2020.02.25. 18:00

이권 LX광주전남지역본부장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식사시간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과 다시 소통하라”고 당부해 화제가 됐다. 교황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식사시간을 미사 때처럼 조용히 보내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까지 나서서 가족 간의 대화를 주문했을 만큼 디지털 사회의 소외와 폐해에 따른 소통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세대 문제부터 젠더 평등에 이르기까지 소통이냐 단절이냐 하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꼽힌 책 ‘90년생이 온다’ 이후 ‘90년생’은 한국 사회를 꿰뚫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90년대에 태어난 20대가 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구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90년생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9급 공무원 세대’로 정의됐다. 그렇다고 해서 열정이 없거나 도전정신이 부족한 나약한 세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세대로 읽혔다. 비록 과거의 선배들처럼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세대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지향할 뿐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일으킨 책 중에 하나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의 이야기로 성별에 따라, 혹은 세대와 결혼 여부에 따라 평가가 확연하게 달랐다 부모 세대에서 끝난 줄 알았던 여성에 대한 구시대적 가치관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외벌이 가장의 고단한 현실이 잘 드러나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영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여성들이 겪는 아픔이 매우 오랜 서사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회생활 안에서도 여성들은 여전히 강력하고 공고한 유리천장에 부딪쳐왔다. 2019년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2013년 첫 발표 이래 7년째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90년대생 뿐만 아니라 수많은 김지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왔다. 따라서 그동안 소외받고 차별받아온 세대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좀 더 포용적인 사회, 좀 더 유연한 조직문화가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멋지게 나이 드는 인생 선배가 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젊은 세대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오래된 맛집을 찾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현상처럼, 우리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해 나간다면 활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을 회복해 남녀 간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머리를 맞댄다면 남녀 평등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적인 신호는 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자율과 소통에 기반한 기업문화 혁신에 적극적이다. 또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임원 비율할당제와 같은 성평등 노력에도 관심이 많다. 불통 문화로 일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생산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때 경제주체의 의욕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유연근무 활성화는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날’ 확대 운영을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2년 전 공사 최초로 여성 지역본부장을 임명한 데 이어 올해 LX광주전남지역본부 최초로 여성 지사장을 임명하는 등 여성 관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그것이 세대 갈등이든 젠더 갈등이든, 서로가 대화를 나누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소통의 희망을 보여준다. 유별난 불평으로 치부하며 귀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충분히 경청한 뒤에 소통할 것인가.

결국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눈뜨려면 서로가 소통하며 함께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배려하는 소통을 배우고 대립에서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공감하는 토론을 배우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익혀야 한다. 이처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우리 모두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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