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중심엔 차이코프스키 동상
센트럴파크엔 프로메테우스 동상
센트럴 파크 공원에선
오리지널 미네랄워터 마실 수 있어,
다른 지역 탄산수와는
전혀 다른 맛 경험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
아침식탁에 앉아
아침식탁에 앉아 햇살을 맞이한다
성당의 종소리와 아이들의 합창처럼 들려오는 새 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밤 새 못된 꿈에 시달린 나에게 찾아온다
생의 무게를 짊어진 늙어가는 사내의 등에 내리는 햇살은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한다
우유와 단단히 굳은 빵 한조각의 식사이지만
햇살이 함께 하는 식사는
어느 식단보다 풍성하다
낮게 들리는 새소리와
낮게 찾아온 햇살
낮게 물든 푸른 잎은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들은 연민하고 배려하고 공평하다
올려다보게 하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수평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말없이 떠나간 연인에게도
숨겨진 칼날에게도 그렇게 찾아온다
낡은 벽에 오래 걸려있는 시간에게도 햇살은 비춘다
언젠가 식탁을 떠나 이방인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떠돌고 있어도
이곳의 햇살과 이 시간은 그대로 있으리라
다만 그리움으로 남아 있으리라 (한희원)
'남쪽'이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낮은 산과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둥실 떠있고 어느 누구든 곰살궂게 반겨주는 마을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각박했던 마음일랑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평안이 찾아오는 것 같은 그런 온화한 느낌을 주는 단어가 '남쪽'이다.
조지아의 북쪽은 러시아와의 국경지대로 높은 산이 즐비한 산악 지형이다. 산악 마을인 메스티아, 우쉬굴리, 스테판츠민다 마을이 있는 카즈베기, 지금은 러시아에 속한 남오세티야, 달트로, 오말로 등 해발 5000M를 넘나드는 고산지역이 북쪽이다.
조지아의 남쪽은 터키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경계를 이룬다.
시그나기, 다비드가레자, 바르지아, 흑해의 항구 도시 바투미 등 비교적 평야 지대가 많은 곳이다. 아할치헤와 바르지아는 조지아 중남부지역으로 아르메니아와 터키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바르지아는 트빌리시에서 남쪽으로 265km쯤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동굴 도시 바르지아에 가기 위해서는 보르조미와 아할치헤를 거쳐 가야 한다.
보르조미는 조지아의 최대 국립공원인 조르조미 카라가굴리 동쪽에 위치한 휴양 도시다. 캐나다와 스위스의 유명 휴양지처럼 잘 가꾸어진 숲과 동화 속에 나올법한 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명성이 자자한 관광지에 가면 그 지역만이 갖는 고유성이 희석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관광지답게 조지아의 전통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조지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이다.
보르조미는 광천수가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광천수로 조지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 광천수를 쉽게 살 수 있다. 광천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숲과 따뜻한 날씨로 제정 러시아시대 때 러시아 귀족들의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이 광천수를 즐겨 마시며 이곳에서 요양을 했다고 한다. 보르보미 시내 중심에는 차이코프스키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그와의 인연을 말해준다.
보르조미는 해외에서 온 여행자들이 숙박을 하기 보다는 바르지아를 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 대중 교통편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쉽게 오지 못한다. 보통 트빌리시에서 아침 8시 반에 출발해 3시간 정도면 보르조미에 도착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아할치헤와 바르지아를 들러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면 밤늦은 시간이 된다.
보르조미 시내에는 센트럴 파크라 불리는 공원이 있다. 그런데 이 공원에서 뜻밖에도 오리지널 미네랄워터를 마실 수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보르조미 탄산수와는 전혀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또 공원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가 있고, 카페, 레스토랑이 있어 조지아인들이 가족 단위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산책로를 따라 한적하게 걷다보면 폭포와 프로메테우스 동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수영장이다. 가히 온천수로 유명한 곳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리고 공원 입구 오른편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보르조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골든튤립호텔이다. 19세기 역사적인 건물로 주 러시아, 이란 영사를 지닌 미르자 레자 칸의 여름 별장이다. 하얀 빛이 나는 마린블루의 건물 색과 아라비아 문양, 거기에 러시아풍의 형체가 조합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해외 관광객보다는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르조미. 우리도 이곳을 스치듯 지나간다.
한희원은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 화가의 안식년,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12. 산악마을 ‘우쉬굴리’를 향하여(하) 존재로서의길과 나뭇잎/ 바람과 초원/ 그와 같다나는 너를 느끼고/ 네가 나를 느끼는/ 자유로움나의 전부를 내 보이고/ 너를 아는 것/ 그 존재로서의 (한희원 작 ‘존재로서의’)슬픈 영혼을 찾는 조지아 민요 술리코를 가슴에 담고 메스티아와 우쉬굴리 그 먼 이상향을 찾아 길을 떠난다. 우쉬굴리는 메스티아를 거쳐야 갈 수 있다. 트빌리시에서 메스티아까지 가는 교통편은 버스와 기차 또는 비행기가 있다. 조지아는 비행기가 대중화된 이동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가 운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더 소요되겠지만 낭만적인 여행을 기대한다면 밤 기차 행을 추천한다.트빌리시 중앙역에서 밤 9시쯤에 기차를 타면 2~4명이 탈 수 있는 침대 열차가 있다. 이 열차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밤새도록 산악지역 작은 마을의 전설을 휘감은 채 몸을 누인다. 우리는 침대칸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부르는 술리코를 듣고 다른 칸에 있던 여행자들이 우리 곁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문옥의 노래가 지친 여행자들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9시에 출발한 밤 기차는 아침 6시에 조지아의 서부 도시인 주그디디에 도착했다. 서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메스티아로 가는 마슈르카가 기다리고 있다. 만석이 되어야만 출발하는 낡은 미니버스 마슈르카가 여행자를 싣고 아침을 가르며 메스티아로 향한다. 우리는 더 멀리 있는 우쉬굴리에 먼저 가기로 했다. 슈카라 빙하(5,193m) 지역을 둘러본 후 메스티아를 여행하고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메스티아에서 우쉬굴리로 가는 길은 만년설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끼고 가는 험준한 길이었다. 빙하로 가는 대평원 위에서 바람이 들려주는 신화를 들으며 두 시간을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유럽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우쉬굴리였다. 이곳은 70여 가구에 200여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산과 들녘에는 자유롭게 방목하는 소와 돼지들이 인간과 함께 노닐고 있었다. 우쉬굴리의 정류소에서 여행자들이 만년설에서 시작한 개울 옆에 앉아 지친 몸을 누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숙소는 버스정류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덩치가 큰 주인은 늙은 부모를 모시고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주인은 두 딸을 끔찍이 사랑했다. 트빌리시에서 제법 비싼 돈을 주고 기타를 주문해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게 했다. 두 딸은 박문옥과 화음을 맞춰가며 노래를 불러 주위를 즐겁게 했다. 마을을 산책하다 돌로 지은 이층집에 시네마라는 간판이 걸려있어 들어가 보았다. 우쉬굴리 출신 영화감독 ‘마리암 해치바니’가 연출한 ‘데데’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조지아영화로는 드물게 국제영화에서 상을 받은 영화인데 우쉬굴리의 사계절이 배경으로 나오는 슬픈 사랑의 영화였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 여주인의 친언니가 감독이어서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영화감독을 만난다고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영화감독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수더분한 할머니가 계셨다. 화려한 영화계를 뒤로 하고 고향의 깊은 산속 마을에 정착한 마리암 여사의 삶이 오히려 영화 같았다. 그날 밤 동굴 같은 이층 돌집 영화관에 바람이 찾아들어 담요를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았다. 한참 영화에 빠져있는데 문이 덜컹 열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늙은 소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영화를 보니 우쉬굴리의 겨울 풍경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었다. 눈 숲에 갇힌 우쉬굴리.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은 차가웠으나 마음은 따뜻했다.다음날 설산 슈카라 빙하로 향했다. 걸어서 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는 그날 메스티아로 나와야 해서 지프를 타고 출발했다. 바람과 함께 걸으며 우리는 말이 없었다. 인간의 언어는 어느 순간 영혼을 목마르게 한다. 중간에 지프를 먼저 가게 한 후 가을로 접어든 평원을 걸었다.바람과 풀잎과 개울이 침묵의 평원을 감싸고 있었다. 끝이 없는 아스라한 풀숲 사이를 따라 걸었다. 저 슈카라 빙하를 넘으면 수많은 역사를 함께 한 러시아 땅이다. 러시아의 문호들은 이 높은 산맥을 넘으면 따뜻한 나라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산을 넘었다. 평원이 끊기고 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나왔다. 여기서 빙하까지 한 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 언뜻언뜻 보이는 산길에는 알 수 없는 꽃과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여행자를 위한 카페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기류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은 신화를 향한 손짓이었다. 산길을 걷는 우리들의 영혼도 개울처럼 맑았다. 한참 산길을 오르니 하얀 고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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