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31>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입력 2020.06.11. 17:10 김혜진 기자
천년의 세월 신비와 성스러운 기품 그대로
'트빌리시 풍경'

조지아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마치 성지순례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 주변이나 도시의 중요한 곳에 어김없이 조지아 정교회 성당이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AD 317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후 유서 깊은 곳곳에 기품 있는 조지아 양식의 성당을 지었다. 그 당시 왕들은 신 앞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성당을 건축하는 것을 큰 업적으로 여겼다.

조지아의 옛 수도 므츠헤타의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조지아에 있는 여러 성당 중에서도 아름다움과 규모, 그리고 성당을 건축하기까지의 신화가 가장 풍부한 곳이다.

거리의 수도사

성녀 니노는 조지아의 첫 교회 부지를 아라그비강과 므트크바리(쿠라)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결정했다.

이 성당은 AD 4세기경 카르틀리(이베리아)의 왕 미리안 3세 때 처음으로 건축되었다. 아랍, 페르시아, 티무르의 침입으로 크게 훼손되었지만 이후 5세기 바크탕 1세 고르가살리 때 재정비되었다.

은은한 황사석과 녹색 돌로 조지아식 크로스 돔 형식으로 지어져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신앙심 깊은 수도사의 침묵의 기도처럼 성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신비한 전설을 두 개나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예수의 성의를 보관하고 있다는 전설이다.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골고다 언덕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그 현장에는 조지아 므츠헤타 출신의 유대인 엘리아가 있었다. 엘리아가 로마 군인에게 예수의 피 묻은 옷을 사서 조지아로 돌아왔다. 그의 여동생 시도니아가 피 묻은 예수의 옷을 보고 감정이 극도로 격해진 나머지 성의를 붙잡고 죽고 만다. 죽은 후에도 그 옷을 꼭 쥐고 놓지 않아 성의와 함께 시도니아를 매장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무덤에서 거대한 향나무가 자라났다.

성녀 니노의 전도로 기독교를 국교로 제정한 미리안 3세는 거대한 향나무를 베어 일곱 개의 기둥을 만들어 12사도의 교회를 지으려 한다. 그러나 베어낸 향나무 기둥이 하늘로 올라가 사라진다. 성녀 니노가 간절히 기도를 올리자 기둥이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하늘에서 내려온 기둥에서 액체가 흘러나와 병을 치료하는 기적을 보인다는 전설이다.

표현

특이하게도 성당 안에는 석조로 된 작은 교회가 지어져 있다. 교회 안의 교회는 예수의 겉옷이 소장되어 있는 성지임을 알리고 있다. 성당 안 성화에는 천사가 된 니노가 향나무 기둥을 들고 있다.

그림 아랫부분 오른쪽에는 미리안 왕, 왼쪽에는 왕비 나나가 그려져 있다. 이 성화가 1880년대 미하일사비닌 작의 '이베리아의 영광'이다.

또 하나의 전설은 11세기 게오르기 1세 때 성당 건축을 완공했던 건축가 아르수키드제에 관한 것이다. 성당의 북쪽 외부 벽면에는 석공 조각상이 있다.

조각상 오른손에는 석공을 상징하는 끌을 들고 있는데 '아르수키드제의 손. 하나님의 종 그의 용서를 바라며'라는 비문이 끌에 새겨져 있다.

조지아의 소설가 콘스탄티네 감사쿠르디아는 이 소재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는 게오르기 왕이 아르수키드제의 연인으로 미모가 뛰어난 쇼레라를 흠모한다. 아르수키드제의 후원자였던 사제가 아르수키드제의 성공을 시기한 나머지 왕에게 거짓을 고해 그의 손을 자르게 한다. 왕의 질투심을 부추겼던 것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전설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조지아를 통치했던 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던 성당.

그들의 시신이 성당의 바닥에 안치된 곳, 예수의 피 묻은 겉옷이 보관된 곳으로 알려지고, 뛰어난 성화(진품은 조지아 국립박물관에 보관)가 빛을 발하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성당을 나오면서 눈부시게 맑은 조지아의 하늘이 더 푸르게 느껴졌다. 성스러운 영혼을 닮은 구름 한 점이 성녀 니노의 기도 소리로 변해 지상으로 드리우고 있었다. 성당을 뒤로 하면서 성당의 벽면에 새겨진 글귀가 오래도록 마음 안에 남는다.

"성당은 당신의 불쌍한 종, 아르수키드제의 손에서 지어졌습니다. 오 주여, 그의 영혼이 이곳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소서."

성스러운 신화와 작별을 하고 조지아의 조르바가 만든 와인을 받아 들었다.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 같은 아라그비 강을 따라 오늘도 또 다른 길을 향해 떠난다.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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