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희원의 트빌리시편지16. 피로스마니의 그림자

입력 2020.02.27. 14:18 조덕진 기자
그의 살에도 꽃으로 가득찬 광장이 함께 했다네

눈물로 그린 그림

-피로스마니의 그림자-

늙은 나무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겹친다

겹쳤다 흩어졌다 한다

그림자가 겹치면

어둠이 더 짙다

바깥의 어둠은 나무의 긁힌자국을 감추고

안의 어둠은 나의 상처를 감춘다

눈물로 그린 그림은

그림자가 짙어질 때 볼 수 있다

형상과 형상이 하나가 될 때

이때다. 언어를 잃어버린 시간이다

어느, 화가가 길을 걷는다

흰 체리꽃이 눈부시다

하얀꽃 하얀잎들

아 짙어가는 시간

흑색의 그림자가 체리꽃잎에 부서진다

횟빛건물에 기대어

그의 체온을 받아 드린다

오랫동안이었다

그대로 있는 시간이

그림자 눈물 흘린다

(한희원)

니콜 피로스마니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주위 동료화가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혹평에 시달렸다.

그를 위로해준 곳은 어둡고 암울한 지하실이었다. 1918년 4월 9일 그의 나이 55살 때 곁을 지켜주는 이 아무 없이 지하실에서 홀로 숨을 거둔다. 신원미상의 행려병자로 취급되어 지금은 실제 묘지를 확인할 수 없다. 중섭이 지친 영혼을 거두는 순간과 겹친다. 고흐도 죽기 전 그의 영혼을 위로해 준 것은 언덕으로 가는 길에 바람에 흔들리는 누런 밀밭 길과 검은 까마귀 떼와 사이프러스 사이로 빛나던 별들뿐이었다. 위대함 속에는 고통이라는 반석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의 화가 피로스마니에게는 슬픈 전설의 사랑이 있다. 상점 간판을 그리던 날 프랑스 출신 여배우 마가레트가 트빌리시로 순회공연을 오게 되었다. 그녀를 본 피로스마니는 무엇에 홀린 듯 사랑에 빠지게 된다. 미칠 듯한 사랑은 영혼을 혼미하게 하는지 가난한 피로스마니는 사랑의 열병을 이기지 못하고 전 재산을 팔아 수많은 장미꽃을 사서 그녀가 단 하루 묵는 호텔광장과 창문에 장식하여 호소한다. 가난한 화가가 뿌린 수만 송이의 붉은 장미, 그것을 거들떠보지 않는 오만한 여배우. 아픈 사랑의 절정이 펼쳐지게 되고, 마가레트는 얼마 후 다른 남자와 파리로 떠나버린다.

피로스마니가 죽은 후 러시아의 대표 시인 안드레이 보즈엔센스키가 그의 애절한 사랑을 시로 쓰게 되고 라트비아 가요 ‘마리냐가 준 소녀인생’이란 곡에 가사를 붙여 ‘백만송이 장미’가 탄생된다. 이 노래는 러시아 가수 알라 푸가 초마가 불러 세계에 알려졌다.

알라 푸가초마는 공연의 마지막 무대에서는 붉은 장미를 관객에게 던지며 노래했다. 피로스마니의 영혼은 지금도 잠들지 못하고 살아서 떠돌고 있는 것 같다.

한 화가가 살았네 홀로 살고 있었지

그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자신의 집을 팔고, 자신의 그림과 피를 팔아

그 돈으로 바다도 덮을만큼 장미꽃을 샀다네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가 보겠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그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꽃으로 바꿔놓았다오 (후렴)

그대가 아침에 깨어나면 정신이 이상해질지도 몰라

마치 꿈의 연장인 것처럼 광장이 꽃으로 넘쳐날 테니까

정신을 차리면 궁금해 하겠지 어떤 부호가 여기다 꽃을 두었을까하고

창 밑에는 가난한 화가가 숨도 멈춘 채 서 있는데 말이야

만남은 너무 짧았고 밤이 되자 기차가 그녀를 멀리 데려가 버렸지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넋을 빼앗길 듯한 장미의 노래가 함께 했다네

화가는 혼자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삶에도 꽃으로 가득찬 광장이 함께 했다네

(백만송이 장미 러시아 원곡 가사)

세월이 흘러 프랑스에서 피로스마니의 대 회고전이 열렸을 때 늙은 여배우 마가레트는 그의 그림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정 자기를 사랑한 사람은 피로스마니라 되뇌며.

니콜 피로스마니의 그림은 조지아에 오면 가장 많이 접하는 그림이다. 그의 작품들은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천대받고 사랑을 잃고 떠돌던 피로스마니는 죽은 후에야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이다.

트빌리시의 루스타벨리 시가지에 있는 국립미술관에 가면 1800년대부터 조지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미술관 2층에 피로스마니관이 따로 마련되어 그의 대표작 수십 점을 볼 수 있다. 어둡고 암울하지만 소박한 눈빛으로 살아가는 조지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조지아의 다른 작가에게서 느낄 수 없는 울림을 준다.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나는 지하실 방에 있는 피로스마니의 집. 그의 가난한 영혼이 느껴지는 그 남자의 집. 눈물이 가득고인 거리의 풍경이 산책길을 돌아선 날 내 등뒤에 느껴진다. 내 가슴에도 백만송이 장미가 피어있다.

한희원은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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