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新인간시장'] 후손들의 미래와 희망을 훔치지 마라

@김홍신 소설가 입력 2021.09.07. 10:30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국의 고질병'을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

편 가르기를 지적하며 '시작은 기득권자였던

보수 쪽이었는데, 어느 날 이쪽(진보)이

기득권이 돼 편견의 늪에 갇혀있다'고 일갈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로는

국민통합과 국가경영능력을 꼽았다

국민통합 못하면 모든 업적이

무(無)로 돌아간다. 정치의 영원한

목표는 통합'이라고 우리 시대의

아픔을 콕 찍었다.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화두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국민들이 철조망 담장 너머 미국병사에게 아기를 던지는 사진을 보고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기사에 따르면 아기를 영국군 병사에게 던졌지만 철조망에 걸리거나 떨어져 다치기도 했고 함께 있던 부대원들이 모두 울었다고 한다.

미국이 중동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에서 방향을 바꾼 이유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더 이상 중동지역의 석유에 의존하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현실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도 이번 계기에 전후복구와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여성인권을 도모하고 민주화를 이끄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전 때 미군의 사이공 탈출과 비슷한 점이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대사관 옥상에서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사이공 함락 때처럼 삽시에 미국 헬기가 대사관에서 외교관을 탈출시키고 8월 30일, 급박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비운의 역사를 재현하고 말았다. 바이든의 리더십 부재로 동맹국들은 미국을 믿어야 할지 걱정하게 됐고 중국은 미국의 실책에 의기양양하게 되었다.

바이든이 한국, 일본, 대만과 EU국가에 대해 동맹을 애써 강조했지만 진심을 담보할 수 있는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전략에 세상은 송곳 같고 칼날 같아졌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한국현대사는 '롤러코스트의 아찔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한국은 그 아찔한 상황에 휘말려들게 될지 모른다. 북한이 다시 핵시설을 가동할 태세라고 하지 않는가.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하기 참 어렵다고들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이 정녕 아프간 국민들만의 고통이고 전쟁이고 상처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총칼로 무장하지 않았지만 서로 더 험한 무기를 들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우리 정치판을 어찌 전쟁터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혹여 대선이 끝난 뒤에 승자의 복수전으로 또 다른 형태의 전쟁터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의회민주주의가 서로 겨룬 칼날에 국민들은 그들 대신 상처받고 통증을 견뎌야만 했다. 여야가 힘을 모아 코로나 사태로 빚어진 국난을 극복하는 협력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됐고 앞장서 상대에게 총질하는 정치인이 열혈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아 스타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일일이 열거하기 민망하여 거론하기 싫지만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진영의 겨루기는 마치 격투기를 보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쟁후보끼리는 씨름선수처럼 샅바를 잡고 정당하게 힘겨루기를 해야 함에도 격투기 선수처럼 치고받으니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고달프다. 진영대결의 주장대로라면 후보들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난시절,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격투기 같은 싸움은 훗날 증거가 되어 함께 영어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선두주자가 될 정도라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가당찮은 소리라고 하겠지만 후보들이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오직 정책대결만 한다면 국민들은 그 신선함에 박수를 보낼 것 같다. 상대를 칭찬하면 마치 적군을 비호하는 장수로 오해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상대의 정책이 국민에게 유익하다면 아낌없이 그 정책에 동조하고 거들어야 마땅하다. 상대의 정책에 허점이 있으면 철저하게 파헤치고 상대 또한 판단착오였음을 인정하는 아름다운 경쟁, 미래를 상호 보완하는 협력을 왜 모색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이러다가 후보가 확정된 뒤 민주당이 원팀으로 대선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겉으로는 승복하고 속으로는 상대의 약점을 쥐고 있어야 보복 당하지 않는다는 보호막이 곧 '명낙대전'일지 모른다.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절멸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을 가진 야당의 분위기도 도긴개긴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월등하지만 국민들은 과연 국민의힘 후보들의 정책, 역량, 경험, 능력, 지도력, 국민통합의지로 미루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는 걸 알고 있을까? 대선 경선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찬반에 각 진영의 대립으로 결국 정홍원 선관위원장 사퇴 파동이라는 악재까지 생겼다.

선두주자로 알려진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의 경쟁도 격투기와 다를 바 없다. 입씨름은 주먹다짐으로 번질 기세이다. 권력에 맞서서 유력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는 스스로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공부하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정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이다.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윤 후보를 바싹 쫓는다는 홍준표 후보는 스스로 발광체라는 자부심을 내려놓고 왜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지를 깊게 분석하고 공격형에서 포용형으로 바꿔야 한다. 정치지도자다운 최상의 목표는 국민통합이고 국민통합의 현명한 방법론은 포용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 초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때 초대 비서실장을 했고 당 대표에 국회의장을 했던 문희상 전 의장은 '한국의 고질병'을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 편 가르기를 지적하며 '시작은 기득권자였던 보수 쪽이었는데, 어느 날 이쪽(진보)이 기득권이 돼 편견의 늪에 갇혀있다'고 일갈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로는 국민통합과 국가경영능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가경영을 잘 해 100점, 국민통합 실패로 0점이면 점수는 더하기 나누기가 아니라 곱셈으로 전부 0점이 된다. 국민통합 못하면 모든 업적이 무(無)로 돌아간다. 정치의 영원한 목표는 통합'이라고 우리 시대의 아픔을 콕 찍었다. 그리고 더 아픈 걸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이 점에서 실패했다.' 대통령과 예비 후보자들은 물론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화두인 것이다. 정치여, 제발 우리 후손들의 미래와 희망을 훔치지 마라.

*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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