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전의 정치읽기] 미중 대결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다

@김민전 경희대학교 학부대학 교수(정치학) 입력 2021.05.11. 08:00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개입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파트너 고르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의회의 대처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1 전략적 경쟁법안'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12대 1로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인권상황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법안, 미국의 기술 연구에 수천억 달러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 미국 내에 기술허브를 만들기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 등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미국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적 경쟁법안'은 281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법안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법형식과 달리 '전략적 경쟁법안'은 의회가 조사한 결과(Findings)를 12페이지에 걸쳐서 수록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가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 중국은 레닌주의적 권위주의 거버넌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모든 영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보편적 가치와 인권이 공산당의 지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인권탄압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은 권위주의 모델의 우수성을 주장하며 권위주의적 통치 모델을 다른 나라로 전파하고자 한다.

둘째, 중국은 국가주도의 중상주의 경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제조업과 기술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합법적, 비합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중국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시장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지적 재산권의 도용, 기술이전의 강제, 중국기업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국가보조, 그리고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자산데이터(proprietary data)에 중국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대일로는 중국 중심의 경제체제를 만들어 국가소유인 중국기업들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셋째,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역적 헤게모니를 추구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는 비합법적으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고, 대만에 대해서도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지 이른바 통일을 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의 군민융합(civil-military fusion) 전략은 민간의 최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군사전략화 하고자 한다. 결국 중국은 국제질서를 위협하게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이익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 번영,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미국 의회의 인식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분명한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전쟁은 격화될 것이고, 미국경제와 중국경제의 탈동조화도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략적 경쟁법안'이 대규모의 예산상의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 '국제 인프라구조',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탈동조화에서 나아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과 기술동맹을 추구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파트너'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략적 경쟁법안'의 '경쟁적 미래에 대한 투자' 편에 수록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네 번째 장인데,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년 3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해 관계기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해로운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을 소개하면, 1)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서 중국공산당의 해로운 영향력의 타겟이 될 수 있는 부패를 감소시키고, 2) 시민사회와 독립 언론을 지원해 일대일로와 관련된 활동의 부정적 영향력에 경종을 울리게 하고, 3) 중국공산당의 부정적 영향력을 이롭게 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초국가범죄기구에 대응하도록 하고, 4)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의 허위성을 밝히도록 하고, 5) 중국 공산당이 권위주의 이념이나 통치모델을 홍보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21세기가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후퇴기이고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후퇴의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비민주적 체제로 후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국가가 선거개입, 정치자금 살포 등의 방법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침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2016년 대선에서는 러시아가 특정 후보의 자료를 해킹해 폭로했고, 일부 주의 선거시스템에 접속해 들어가고자 한 바 있다. 호주의 정치권은 차이나 머니의 침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고, 대만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정보전도 잘 알려져 있다.

타임지 2017년 9월25일자는 '어떻게 러시아계 유권자들이 독일 극우정당의 등장에 기름을 부었는가'라는 기사에서 반이민 정책을 지닌 신생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r Deutschland)이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 선 데에는 클레믈린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 국영방송의 편파방송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우리의 리사'라는 프로그램은 리사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계 소녀가 베를린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해서 납치되어 강간당한 사건을 다루었다. 독일 경찰은 그 방송이 사실이 아님을 경고했지만, 러시아 고위외교관들은 오히려 베를린 당국이 은폐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주재 러시아대사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 독일정부는 그들의 나라를 이민자의 발밑에 있는 카펫처럼 만들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민자들의 범죄조차도 이민자 발밑에 있는 카펫 속으로 쓸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의 보도는 독일 전역에서 우리의 리사를 위한 러시아계 주민들의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개입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파트너 고르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정치학)


* 광주·전남 대표 정론지 무등일보는 영남일보(경상), 중부일보(경기), 충청투데이(충청)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연합 필진 기고를 게재합니다. 해당 기고는 무등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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