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관방제림 300살 나무들에 무슨 일이? "5월 중순인데 싹 못 틔워"

입력 2021.05.12. 16:40 김성희 기자
주민들 "더한 추위도 견딘 나무들…힘 약해진듯"
전문가들 한파에 새싹가지 얼어 죽은 '일시적 현상'
영양공급·모니터링 통해 예년 모습 되찾을 것
수령 300살이 넘은 담양 관방제림 푸조나무 일부가 겨울 추위에 얼어 죽으면서 5월 중순이 되도록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관방제 위쪽 푸조나무와 대비되는 녹음 짙어진 나무들.

여름이면 담양 관방제림을 푸르게 물들였던 푸조나무가 한파에 얼어 죽으면서 예년과 같은 자태를 뽐내지 못하고 있다. 수백년간 한결같이 마을을 지켰던 푸조나무 상당수가 5월 중순이 되도록 싹 조차 제대로 틔우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2일 찾은 담양 관방제림. 국수거리부터 시작되는 교량인 향교교부터 관방제 위쪽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는 약 2㎞. 이 곳에는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77주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푸조나무는 생김새가 팽나무와 비슷하지만 뿌리 일부가 흙 위로 자라고 가을이 되면 검붉은 열매를 맺는다. 추위에 약해 전남이나 전북, 경남, 경북 지역에 주로 자생한다.

1번부터 177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어 보호수 나무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중 푸조나무가 100여그루로 가장 많지만 다른 나무들과 달리 푸조나무만 유독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이미 울창해진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들과 달리 육안 상으로 확인했을 때 상태가 양호한 나무는 약 14그루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나뭇가지 일부에 잎이 났을 뿐이고 심한 경우 나뭇잎이 말라 죽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15그루는 한겨울 나무처럼 바짝 말라 잎이 하나도 달리지 않은 상태였다.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는 담양 관방제림 푸조나무. 전문가들은 한파로 가지 일부가 얼어 죽으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객사리 주민 허모(75)씨는 "이 마을이 내 태 자리다. 평생을 살면서 푸조나무들이 겨울 추위에 얼어 죽은 건 처음 본다. 이전에 더 추웠던 겨울에도 잘 버텼던 나무들이다"며 "나무들이 수백년을 살다보니 힘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일부 나무에는 싹이 나고 있긴 하지만 이미 말라 죽은 가지들도 상당수여서 시간을 두고 나무 상태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주민 김모(83)씨도 "푸조나무는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였다"면서 "나무는 본래 위에서부터 죽어간다. 다행히 뿌리나 몸통은 살아있겠지만 올해 울창한 푸조나무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담양군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 겨울 한파로 새싹가지가 얼어 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결론 짓고, 영양공급 등을 통해 성장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왔던 푸조나무가 5월 중순이 되도록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현장점검에 나선 수목전문가들은 "푸조나무는 난대성 수목으로 느티나무나 팽나무 등 한 대성 수목보다는 잎이 늦게 나오는 편이다. 겨울 심한 추위로 잎이 나오는 잔가지와 새싹가지 일부가 얼어 죽었다"면서 "푸조나무의 원줄기가 살아있기 때문에 서서히 잎이 자랄 것이다. 영양공급과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관방제림은 1684년 당시 담양부사 성이성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후 1854년 황종림 부사가 제방을 보수하고 나무를 심어 현재에 이르렀다.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커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담양=정태환기자 ·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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