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전국 최초
모든 실·내외 행사·회의서 사용 못해
세계수영선수권대서도 '탈플라스틱'
김용집 의장 "일상 불편함 감안해야"
지난해 말 32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지방자치2.0 시대를 연 올해 무등일보는 한층 강화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연재기사를 통해 지역의 좋은 조례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정치인에게는 더 나은 조례를 만들도록 격려를, 시민들에게는 지역의 조례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전세계 모든 곳에서 플라스틱 위주의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같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국'이었다. 지난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27.5kg으로 세계 1위다. 연간 발생하는 5억3천여톤의 생활폐기물 중 40%가 플라스틱 위주의 일회용품이다.
이 같은 심각성을 먼저 깨닫고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외친 지자체는 바로 광주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2019년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1년여간의 시민·전문가토론회와 사회적 합의 끝에 '광주시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제한 조례'를 마련했다. 당장 변화하기 힘든 민간영역에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공공기관 만큼은 솔선수범으로 '탈일회용품'을 하자는 취지다.
13일 이 조례에 따르면 광주시장은 시 여건에 맞는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제한 추진계획을 3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이때 분야별 추진과제와 홍보 및 교육, 실태조사 등이 담겨야 한다. 특히 광주시청과 산하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실내외 행사와 회의에서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시가 보조금이나 행사비를 지원하는 행사의 경우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권장토록 했다.
또 시청과 산하 공공기관이 일회용품 구입을 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일회용품 사용 현황을 시보와 홈페이지에 공표하도록 해 시민의 감시를 받게 했다. 대신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물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이 조례에 이어 곧바로 '광주시교육청 1회용품 사용 및 제공제한 조례'를 통해 광주시 내 교육행정기관과 학교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자원낭비, 경제적 손실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실제 조례가 제정된 후 광주시는 일회용품 감축에 나서고 있는데 '빛여울수 생산' 감축이 대표적이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빛여울수를 지난 2018년 70만병을 생산했지만 2019년 24만병으로 줄인 후 지난해에는 9만6천병만 생산했다. 올해는 1천800㎖ 빛여울수를 비상급수용으로만 공급하고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인 라벨 또한 없앤 채 생산한다.
조례가 제정된 해 열린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다. 플라스틱 페트병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상하수도협회와 연계해 수돗물 카페 차량을 운용하는가 하면 비닐·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응원도구 사용도 제한했다.
그러나 아직 '탈일회용품'을 향해 갈 길이 멀다는 게 김 의장이 지적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일상 속 불편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 의장은 "조례 제정 당시 당장 시 공공기관에서부터 불편하지 않겠냐는 목소리에 반대를 많이 했었다. 제정 뒤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해 곤욕을 치렀다"고 회고했다. 이어 "종량제 봉투 사용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가방 속에 텀블러 하나 넣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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