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지원 확대, 지출 권한 일임, 지원금 균등 배분, 특별회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재정 확충 먼저···.
죄다 '돈 달라', '돈 마음대로 쓰게 해 달라'는 소리다.
어디로부터 나온 말인가 봤더니 바로 지역 대학이다.
지역 대학 위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봐야 할 지 몰라 손 놓고, 눈 감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변화와 혁신의 주체인 대학 스스로가 미적거리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광주 11개 일반대학과 7개 전문대학, 광주시가 손잡고 출범한 '대학발전협력단'은 매우 유의미한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었던 문제를 성역 밖으로 끄집어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위기를 넘어 생존기로에 서 있는 지역 대학, 무엇 때문일까. 학령인구 감소, 대학 진학률 하락 영향 탓이지만 더 큰 문제는 변화하지 않는 대학조직에 있다.
광주만 놓고 봐도 학생 수 감소는 내리막 가속이 붙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 1만7천500여명 수준이던 지역 일반고 졸업자는 지난해 1만3천명대로 뚝 떨어졌다.
2002년 96%였던 지역 고교 진학률도 86%(지난해 기준)로 20년 만에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고, 고교를 졸업하고도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광주 학생들이 1만1천명 뿐인 수치만 봐도 그렇다.
반면 지역 전체 대학의 입학 정원(2만여명)은 최근 10년간 1천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반대로 학과 수는 10개 더 늘었다.
광주 지역 대학 입학정원이 지역 전체 학령인구보다 2배나 많은 셈이다. 물론 타 지역 유입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비교이기는 하지만 광주 학생들의 역 유출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대학을 지탱하는 학생 수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이 제자리만 걸은 대학이 위기 돌파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제대로 대응했을까? 과감한 학과 통폐합과 지역 전략산업에 따른 맞춤형 인재 육성 시스템 구축 등 내부 혁신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다보니 지역 전체의 역량을 모아 대학의 새로운 육성책을 마련해보자는 차원에서 가동중인 대학발전협력단도 원활한 성과를 낼 리 만무하다.
실제로 각 대학의 미래 비전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획처장들은 최근 협력단을 통해 첫 협의회를 가졌는데, 지역 대학을 살릴 수 있는 유의미한 제언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흥하기는커녕 숨겨뒀던 민낯만 들켰다. 지역 전략산업 및 대학별 특성화 방향 연계 프로젝트 진행, 대학별 특성화 분야 중복 방지 대책 마련 등 유의미한 제언만 쏟아내도 부족할 판에 적자 탓만 늘어놓았다. 제 살을 깎는 자세로 경쟁력 회복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 표명은 고사하고 재정 구걸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현장을 지켜봤던 한 대학 관계자는 '낯이 뜨거웠을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역대학 살리기 공공프로젝트는 18개 대학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짓에 불과하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이곳에서 꿈을 꾸고, 키우고,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 대학이 스스로 살고자 발버둥 쳐야 지역도 산다. 그러려면 껍데기부터 깨져야 한다. 주현정 취재1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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