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스스로 안타까울 순간이 있다. 취재했던 선수의 행동과 몸짓, 말투를 지면에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할 때다.
선수들이 하는 말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늘 고민하게 된다. 재밌게 농담을 던진 말들을 글로 녹이면 건조한 문장이 되고 말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인터뷰 현장에서 선수들은 많은 메시지를 보낸다. 말뿐만 아니라 손짓과 표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가끔은 눈빛으로 각오를 말할 때도 있다.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도 많지만, 오히려 그래서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매번 듣게 되는 다짐과 달리 말을 아끼던 선수가 어렵게 꺼낸 각오 한마디는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발생하는 침묵의 순간에도 많은 의미가 있었고, 더듬거리는 말투에도 그만의 결연이 느껴졌다.전해오는 파장과 떨림 등 분위기를 글로 다 전달하지 못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시간은 길어지고, 애착이 생기는 듯하다.
올해 팀을 옮기게 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경우도 그랬다. 두산으로 떠난 홍건희와 이제 NC유니폼을 입게 된 문경찬·박정수는 뛰어난 언변가가 아니었다. 차라리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인터뷰가 낯선 평범한 대학생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들과 인터뷰 기회는 많지 않았고 나눈 이야기도 제각각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마음에 스며드는 것은 일치했다. 운동선수로서 대성하길 바라는 염원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 팀을 위해서 뛰고 있다는 마음은 현장에 있던 모두가 느꼈을 거라 믿는다. 많은 KIA 관계자들 역시 그들을 칭찬했었다. 성적을 떠나 평소 인성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 세우며 잘 자라주기를 응원했다.
그럼에도 구단 입장에서는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선수들 처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구단 지도자와 직원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다. 더 성장할 인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기량을 더 잘 활용하고 이끌어줄 구단에 보내야 하는 심정은 복잡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적하고 나서 전성기를 꽃피우는 선수들의 사례가 많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실제로 홍건희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경찬과 박정수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광주 팬들이 보내준 응원과 격려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펜으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팬의 바람이다.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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