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놔둔다고 해결되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대개는 서로 소 닭보듯 하는 사이가 되는게 세상이기에 굳이 펜을 들어 본다.
최근 한 갈등을 목격했다. 여성인 광주시 A 간부와 여성 청년활동가 B씨의 일이다.
30대인 B씨는 사연이 있다. 그래서 광주시 청년행사에 9개월 된 아이를 안고 참석했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이 휴원이라 맡길 데도 없었다. 전에도 자주 아이를 안고 행사에 참석했고 스스로도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당찬 성정이라 지난해 청년위원회에서 신천지 신도 여럿을 찾아내 "왜 거짓말하느냐"고 질타한 B씨였다.
아무튼 이날도 아이를 데려온 B씨에게 A 간부는 "어쩌다 애기까지 데리고 왔대"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B씨에게는 쏘아붙이는 것으로 들렸다. "어쩔수 없는 상황을 모르시느냐"고 화답했고 젊은이답게 SNS에 토로했다.
평소 좋은 관계는 아닌 듯 했다. 여성이자 워킹맘인 활동가인 B씨는 A간부의 분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A간부도 기자에게 직접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A간부는 기자에게 "코로나 때문에 걱정돼서 한 말이었다"고 했다.
기자가 말 한마디 가지고 트집 잡으려는 건 아니다.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말 뉘앙스 하나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말이다.
그러나 이를 취재하면서 갈등 당사자와 이야기하는 대신 상관없는 제3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A간부의 모습을 보고 광주 여성과 가족, 청년 업무의 총책임자인 그에게 드리는 청년으로서의 바람이 있다.
광주는 청년들에게 불모지다. 단지 일자리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기성세대의 수하, 부속품으로 기성 권위에 고개를 숙이고 산다. 아니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는 최근 본보가 진행한 20대 청년, 총선을 말하다 시리즈에서 젊은 세대들이 정치 필요성과 정치적 관심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불신도가 높은 것이 반증한다. 광주 청년들 중 총선 예비후보들이 20대와 관련한 공약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해 34.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8.2%만이 그렇다고 했다. 56.8%는 아예 어떤 공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0대 청년 예비후보도 우리 지역에서는 아무도 없다.
광주 청년들이 정치에서도 외면됐는데, 행정이라고 다를까. 여전히 높은 기득권의 벽 속에 기성세대의 경험과 판단은 공고한 벽과 같은 것이 현실이다.
광주시 등 지자체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다.
지난해 청년위원회 출범식 당시 공연이 취소됐다며 청년위원들에 개인기를 권한 광주시가 기억난다. 당시 담당 과장의 말이 여전히 선하다. "청년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필자도 개인기가 다양한 사람이나 이 또한 때와 장소,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개인의 의사가 먼저다.
광주 청년들 열악하다. 서울 수도권 청년들에 비해 지식과 스펙, 배경이 부족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역량도 벅차다. 공론화도 담론도 가뭄에 비오듯 한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는 힘은 본질을 꿰고 핵심을 짚은 젊은 시각이라는 것을 최근 몇몇 광주 청년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 새로운 시각이 광주를 변하게 하는 힘이고 당연히 진통이 수반한다. 청년이 가시밭길일 지언정 뚫고 가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을 디딤돌 삼아 가도록 길을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일 테다. 오히려 고통이 싫어 기존을 답습하는 청년에게는 부화뇌동하지 말도록 질책하는 것도 어른의 일이다.
설령 본인의 수고로움이 빚어진다 할지라도 감내하고 불편해 하지 마시라. 세대차이, 문화차이, 여건차이로 대화가 안맞을 여지도 충분하나 고위 공직자는 공공의 역할이 크다. 귀하의 희생 여부에 광주 청년들의 향후 몇 년간의 삶이 결정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대국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서충섭 사회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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