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태 경제부 차장
100만 원도 하지 않는 부품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멈추게 했다.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내 국내 완성차 하청업체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 초유의 ‘셧다운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름도 낯선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은 차 내부에 장착된 전기장치들에 각종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로 인체의 신경망과 같은 부품이다. 차 곳곳에 위치한 전자 부품들을 연결하는 부품으로, 차체에 가장 먼저 설치돼야 한다. 중국에 세워진 공장들이 2주 이상 가동을 하지 못하면서 자동차를 조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 노조원의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멈춘 일은 많지만, 부품이 없어 차를 만들지 못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재고를 많이 두지 않고 차량을 조립할 때 공급해 주는 ‘도요타 방식’때문이다. TPS(Toyota Production Sytem)라고도 불리는 ‘도요타 방식’은 미국 포드사의 ‘컨테이너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도요타 방식’은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재고를 남기지 않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즉 ‘무재고 방식’이다. 제조 라인의 상황에 맞춰 재료를 공급하면, 재고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상품관리 방식이다. 이 덕분에 도입 당시 일본에서 1인당 부가가치 1천800만엔, 재고일수 3일, 생산리드타임 10시간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상해 낸 도요타는 2011년 대량 리콜에 지진이라는 천재지변까지 겹쳐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몇 달 만에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부품을 수급하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은 도요타의 위기 그대로 재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이 국내 공장을 ‘셧다운’한 기간은 일주일 정도였다. 중국 춘절 휴가까지 고려하면 이주일 분량의 재고조차 남겨두지 않는 극단적인 조립 시스템이 부른 사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재고를 놔두거나 부품 공장을 여러 나라에 두는 것이지만, 두 방식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최고의 나라다. 가장 가까운 데다 값싼 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은 인건비가 싼 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중국은 자동차회사들이 ‘도요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인 것이다.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를 위해 공장의 80%를 중국에 둘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번 ‘셧다운’의 원인이기도 하다.
2002년 ‘사스’와 2019년 ‘코로나19’ 등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값 싼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고, 더 가까워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개성공단 같은.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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