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철원 정치부 차장
연말 세밑 하면 따뜻한 온정, 내년에 대한 기대·설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는 우선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선거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는 여야 정쟁에 이은 극적 합의라는 단골 메뉴가 아닌 ‘연동형 비례대표’로 시작되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본인들만 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만 것 같다.
정치에 연관돼 있거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한 번만 들어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낸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대안신당도, 들어보지도 못한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자유한국당도 모두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서만 사는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 주민들 같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뽑는 기준을 만들면서 정작 투표를 해야 할 일반유권자들은 이해도 힘든 제도를 만들고, 그걸로 또 싸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년 총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면 궁금해서라도 바뀐 선거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복잡한 계산법을 보면서 ‘굳이 사는 것도 힘들고 볼 것도 많은데 이것까지 봐야 하나’싶지 않을까.
최근 나온 기사들을 보면 예상 의석수 분석들이 나오는데 ‘글을 쓰는 기자들도 저걸 다 이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리 정치의 목적이 정권 획득이라도 최소한 유권자들을 고려한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당초 선거법 개정의 목적이 비례 의석수 확대 등 기존의 권력 틀을 바꾸는 개혁에 초점에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 선거법은 온갖 이해관계가 다 얽히고설킨 ‘잡동사니’가 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연동형 비례대표가 진짜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이었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의석수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했다.
‘225:75’라는 원칙이 우리 정치가 가야 할 변화의 길이었다면 끝까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일 거라는 생각은 없었을까.
촛불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을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우리 정치도 한 발 더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상적인 소리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 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정치인, 정당이 있다면 유권자들은 외면하지 않는다.
항상 용두사미로 끝나고, 결국은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에게 질리다 보니 ‘누굴 뽑아도 똑같다’며 정치에 무관심해진 게 아닐까.
‘두고 봅시다’라는 말이 안무섭다지만 이번 만큼은 ‘내년에 두고 봅시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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