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옐로우시티', 미래를 디자인하다 <19>] 희망 키우는 청년농부들

입력 2021.09.15. 16:49 김봉일 기자
귀농·귀촌 1번지 성과···억대 매출로 지역 경제 '활기'
청년농부 김재원씨가 장성군 진원면 용산리 ‘행복을팜’ 농원에서 복숭아 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여기저기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 알록달록한 꽃길이 아름다운 옐로우시티 장성. 그곳에서 희망을 설계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꿈을 실현시켜 가고 있는 청년 농부들.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젊은 시절 옐로우시티에서의 일상이 행복한 꽃길인지 그들의 사연을 들어본다.


◆새싹인삼 장성농장 문영철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를 새싹인삼의 효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잎부터 뿌리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새싹인삼은 잎과 줄기에 사포닌 성분이 8~12㎎, 뿌리에 1~4㎎ 함유돼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은 항암효과와 항산화효과는 물론 콜레스테롤 저하효과도 뛰어난 생리활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장성군 서산면 용흥리의 하우스 2동(792㎡)과 장성읍 안평리 하우스 2동(792㎡)에서 새싹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청년농부 문영철(37·새싹인삼 장성농장 대표)씨는 새싹인삼의 인기만큼이나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새싹인삼 장성농장의 문영철 대표가 매일 베드에 심어진 새싹인삼의 발육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학졸업 후 학원강사로 활동하던 문 대표가 지난 2013년 12월 귀농을 결심, 장성에서 새싹인삼을 기르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 문제경(80)씨 때문이었다. "아버님이 신부전증을 앓고 계시다 우연찮은 기회에 새싹인삼으로 효과를 보셨어요. 돌봄케어를 하던 저로서는 정말 신통했어요. 우선 먹기가 편하고 재배방법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아 새싹인삼의 정보를 모아 나름 분석해보니 시장성도 좋았어요."

곧바로 그는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의 교육생으로 신청한 후 새싹인삼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고 현장실습도 거쳤다. 그리고선 장성군의 귀농귀촌지원금을 받아 지난 2015년 6월 서삼면 용흥리에 비닐하우스 1동을 세우고 묘삼 20만개를 구입해 심었다. 기대이상으로 잘 자라나는 새싹인삼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작목선정에 탁월한 혜안을 가졌다고 자평하면서….

그러나 농사 초보자에게 새싹인삼 재배는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묘삼을 심은 지 단 하루 만에 무서운 모잘록병에 걸려 대부분의 묘삼을 깡그리 버린 적도 있었다. 밤새 서적을 뒤져보는 등의 연구 끝에 그는 상토에 마사토 대신 흙을 사용했던 게 실책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직까지 값진 교훈으로 남아있다. "처음엔 새싹인삼을 키우는 일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잎과 줄기에 흰가루 형태의 반점이 생기는 흰가루병, 줄기의 지표면 가까이 발생하며 어린 새싹의 줄기가 연화돼 말라죽는 모잘록병, 뿌리썩음병 등으로 5천만~6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했습니다."

그는 또 화분처럼 무겁게 생긴 용기에 상토를 채워야 하고 좋은 묘삼을 구해 심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플라스틱 작은 베드 하나에 묘삼을 심는 방식으로 재배하면 일거리가 상당부분 줄어들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웃음을 내비친다. 좋은 묘삼 구하기에도 쩔쩔맸다. 전북 고창과 충남 서산, 경기도 화성과 포천 등 전국에서 들여오면 될 것을 당시엔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하우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질수록 새싹인삼에 대한 노하우는 늘어만 갔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 그는 고품질의 새싹인삼을 연간 4t정도 생산, 귀농 8년 만에 연 매출 9억~10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대박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새싹인삼에 적합한 상토를 직접 만들어낼 줄 아는 등 새싹인삼에 관한 한 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새싹인삼이 묘삼을 심은 후 3~4주 만에 수확할 수 있고 농약을 치지 않은데다 그나마 다른 작물에 비해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은 편이어서 시설재배가 수월한 편이라고 강조한다. 새싹인삼이 성장하는데 적합한 하우스 내부온도만 15~25℃로 맞춰주면 된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가 존재하기까지는 발 빠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네이버 스토어팜에 입점하고서 생산과정부터 포장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어냈다. '새싹인삼 장성농장'의 매출 80%가 온라인 판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준다. 즉, 새싹인삼이 어떻게 재배되고 소비자에게 배달되는지, 새싹인삼을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요리 레시피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신선도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고 매일 오후 4시까지 주문을 받아 당일 수확한 새싹인삼을 배송, 바로 다음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좋은 품질을 정직하게 판매하고 있는 문 대표. 그는 내년 3~4월께 새싹인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을 개발 시판하고 분말로 된 홍삼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의 농원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이 안전성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끝까지 신뢰받기를 희망한다.

◆'행복을팜' 농원의 김재원씨

듬성듬성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는 장성군 진원면 용산리(1만8,050㎡)와 상림리(4,950㎡) 등 2만3,000㎡에 달하는 '행복을팜' 농원. 그 나무들 아래선 도통 흙빛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얀 클로버가 무성해서다. 여느 농원과는 사뭇 다른 생경한 풍경이다. 청년농부 김재원(26)씨가 행복을 키워가는 농원이다.

"저희 농원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초생재배로 복숭아를 재배합니다. 호밀이나 보리, 하얀 클로버의 씨앗을 뿌리고 그걸 베서 그대로 썩게 하는 농법이 초생재배입니다. 퇴비를 활용하는 것보다 옥토로 바꾸는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숨 쉬는 땅, 건강한 땅으로 만들어 갑니다. 특히 저희들은 병충해가 없고 긴 보관기간에도 썩지 않도록 녹조류인 클로렐라(Chlorella) 재배방식으로 복숭아를 키웁니다. 여기에 정방형 식수의 간격이 8m로 넓은 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당도와 신선도가 높고 한결 큼지막한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7월 서울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에서 진행한 로컬푸드박람회에  참여해 직접 복숭아를 팔아보기로 했다. 백화점측은 휴가철인데다 시세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신통찮게 여겼다. 끈질긴 설득 끝에 판매 승낙은 얻어냈다. 하지만 백화점측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크기별로 선별한 복숭아 박스를 1t짜리 2대 탑차에 싣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없어서 못 팔정도였고, 백화점 직판 매출 2위를 기록했다. 그제서야 백화점측은 '행복을팜' 농원의 진가를 알아차렸다. 매년 롯데에서 직판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이즈음 '행복을팜' 농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안전성과 체계적 관리를 보증하는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생산과 가공유통, 체험 서비스까지 총망라하는 농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농촌융복합6차산업 인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김재원씨를 비롯한 가족 5명이 농원에서 바로 수확한 복숭아 선별작업을 한 뒤 크기별로 분류, 상품박스에 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시샘했던 것일까. 코로나19는 '행복을팜' 농원의 복숭아 직판을 방해했고, 지난해 8월 수확기에는 50여일간 쏟아진 장맛비로 과수원과 출하장이 몽땅 물에 잠기는 수마피해를 넋없이 당했다. 통상 수확량 21t의 20% 밖에 건질 수 없었다. 자연 앞에서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 할 수 없었다. 인간은 그저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라는 걸 실감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청년농부 김씨를 비롯한 부모님과 동생 등 가족 5명은 똘똘 뭉쳐야만 했다. 기회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오프라인 판매 방식에서 온라인으로 변경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센터에 판매자로 가입했다. 온라인 직거래 고객이 많이 생겨났다. 이젠 1천여명의 고객 중 온라인 800여명, 오프라인 200여명으로 매출비율도 확연하게 뒤바뀌었다. 코로나 덕분(?)이었다. 매출액도 1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 '행복을팜' 농원 복숭아가 전남도에서 품질인증을 받은 데 이어 8월에는 싱가포르로 6t 물량을 수출할 수 있었다. 김씨가 청년활동을 하면서 수출업자를 소개받아 이뤄졌다. 보통 해외로 수출한 딸기나 복숭아의 경우 고품질을 보낸다 하더라도 손실분이 30~40%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행복을팜' 농원 복숭아는 손실분이 3%에 불과했다. 수출작업에 돌입하면서 예랭에 신경 쓴 결과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수출업자는 "내년 물량을 더 늘렸으면 한다"며 "현지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해왔다고 했다.

최근에는 또 출시 예비 가공식품인 복숭아 말랭이와 잼, 청 등을 시판하기 위해 다각도로 시험가동에 돌입해있다. 복숭아 말랭이 제품은 미국 한인마트에 시제품을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는 대학시절 일본의 복숭아 60% 이상 주산지 야마나시현의 마르샤 후르츠 후루야 농업법인에서 1년간 수학할 당시 "농원은 작업장이 아닌 힐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늘 가슴 속에 새겼다. 그는 이 한마디를 날마다 되뇌면서 오늘도 고된 농원에서 '행복의 복숭아'를 심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졸업하고 1년 코스인 전공 심화과정까지 거친 김씨는 "지역과 농촌이 다함께 잘 사는 행복한 삶이 꿈이자 최종목표"라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농사가 기회이자 보람이라는 청년농부 김재원씨. 그가 말하는 힐링공간에서 일과 소득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장성=최용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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