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을 도시브랜드로

한국 유일 한옥도서관, 도시재생과 문학을 품다

입력 2020.11.04. 19:40 조덕진 기자
도시의 허파, 공공도서관을 도시브랜드로
완<5> 청운문학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2층 전경. 1층 옥상이 2층 도서관 마당이다. 마당 한켠에 폭포수를 갖춘 연못에 정자 하나 띄워뒀다. 작가와 시민들의 독서사랑방이자 공부방 역할을 한다. 사진 청운문학도서관 제공

아름다운 인왕산 자락

문화인문의 향 도서관으로

한국문학특화 차별화

산중턱 공원관리사무소의 변신

계단식 2층 한옥구조

주변 산책길과 어우러지며

하나의 풍경 더해

전통 기법 한옥기와에

재개발로 헐린 기와 담장

지역민의 삶의 역사 되살리고

시인 윤동주 거닐던 산자락엔

설치작품 같은 운동주문학관

근처 1930년대 한옥 미술관까지

문화벨트로 풍성함 더해

1층 열람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이용자를 위해 조성된 정원개념의 대나무 숲이다.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 자락엔 청년 윤동주의 숨결이 느껴질 듯한 맑은 기운의 도서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청운(淸雲)문학도서관.

맑은 구름이 머무는 도서관. 이 청운문학도서관은 속세의 먼지를 털어내듯 민가를 저 아래 두고 그 맨 윗자락 산 중턱에 고요히 산사처럼 들어서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도서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한옥도서관이다. 아름다운 풍경, 멋스러운 건축물은 다양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산꼭대기라해도 과언이 아닐 높은 곳에, 이렇게 작은 규모로, 한옥으로, 문학전문 도서관을 만들었을까.

조금만 눈길을 주변으로 돌리면 금방 답이 얻어질 듯 하다. 이 일대에는 윤동주 문학관, 곽노수미술관(구립) 등 종로구민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문화공간들이 둥지를 틀고 있어 하나의 문화벨트를 이룬다. 1930년대 건축물인 곽노수 화백의 주거지였던 미술관 역시 전통 한옥양식으로 한옥미술관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또 다른 궁금증이 이어진다. 연해주 출신의 윤동주 시인의 문학관이 어떤 인연으로 인왕산 자락에 들어섰을까. 청년 윤동주는 연희전문시절 종로구 누상동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 그 시기 시인이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심을 달랬던 인연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그렇게 인왕산이 품고 있는 풍성한 문화적·인문적 자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타 문학도서관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국문학전문 문학도서관을 표방한다.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각종 프로그램도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갖는다. 지역민들이 보다 가까이서 문학작품을 대하고 작가를 만나 강의를 듣고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가 머무를 수 있는 창작공간을 제공해 문학도서관의 면면을 살린다.

청운문학도서관 어린이도서관 모습. 아이들이 온돌에서 책을 즐기도록 설계됐다.

◆ 도서관, 문화벨트의 중심을 이루다

윤동주 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은 도시재생의 빼어난 모델이기도하다. 청운문학도서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처 윤동주문학관을 만나야한다.

윤동주 문학관은 과거 지대가 높아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청운아파트 수도 공급을 위해 만든 수도 가압장(加壓場·수압을 높여서 고지대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의 한 예다.

방치된 가압장은 건축가의 손길을 거치며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설치미술작품을 연상시키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이를테면 '열린우물' 공간이 한 예다. 시인의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을 모티브로 용도폐기된 물탱크 윗부분을 개방해 만든 중정이다.

이곳에는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윤동주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비치하고 있다. 1층 전시장 한 가운데 비치된 낡고 오래된 우물틀은 시인의 숨결이 묻어나는 자료다. 윤 시인의 용정 집 우물 틀을 소장하고 있던 문인에게 기증받은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가압장이 2012년 윤동주 문학관으로 선을 보인 후 2014년 바로 근처에 한옥 공간대상에 빛나는 청운문학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윤동주문학관 근처에 있던 공원관리소 건물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한 예다. 종로구는 윤동주문학관, 곽노수미술관 등과 연계해 지역민들이 문화적 숨결을 풍성히 할 수 있도록 이곳에 도서관을 짓는다. 도서관이 작고 아담한 이유다.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계곡과 연계한 아름다운 풍경을 품어 안을 수 있도록 한옥으로 선을 보인다. 도보로 불과 몇 분거리인 윤동주 문학관과 연계해 한국문학 전문 도서관을 자처하며 타 문학도서관과의 차별화를 선언한다.

우리나라 유일의 한옥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전경. 반 지하구조의 1층과 독립적 한옥채 모습의 2층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2층은 한옥별재와 폭포,연못 정자 등으로 한옥의 운치를 한껏 살렸다.

과거 공원관리사무소를 현대적 한옥으로 탈바꿈 시킨 청운문학도서관의 또 하나의 멋은 현대와 과거의 만남이다.

카페 등의 분위기를 풍기는 1층의 현대적 공간과 철저하게 한옥양식을 추구한 2층 건축구조물의 차이가 주는 조화는 기본이다.

한옥 도서관 지붕과 담장을 장식한 기와가 각별하다. 한옥 지붕 기와는 불탄 숭례문 복원 제작기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구워낸 수제 기와들이다. 여기에 도서관 담벼락 낮은 담장에 얹혀진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한옥 철거될 때 나온 것들이다. 종로구는 재건축 과정에서 헐린 한옥 기와 3천여장을 저장해뒀다 이 도서관 담장을 장식했다.

지붕의 전통 건축기법도 중요하지만 종로구민들의 삶의 숨결, 개개인의 역사와 문화를 후세대들이 함께 일상으로 만나도록 한 것이다.

종로구가 도서관을 '우리 역사를 한장면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듯 하다'고 자랑하는 배경이다. 도서관은 언뜻 보면 현대식 건물(1층)에 한옥(2층)이 올라 앉은 형상이다.

1층은 산 속에 둥지를 튼 형상의 반 지하구조 모습이다. 1~2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1층 옥상에 별도의 한옥 한 채가 들어선 듯한 형상이다. 실재 옥상은 마당에 별도의 독립적 한옥 한채가 들어선 모양새다.

마당 한켠에는 수성동 계곡을 형상화한 계단식 폭포와 연못, 연못 한가운데 정자를 더해 운치를 더한다.

도서관 2층 한켠에 마련된 연못위의 정자.

1층은 현대식 느낌의 열람실과 카페 등으로 이뤄졌고 윗층 한옥은 한옥의 멋을 마음껏 드러낸다. 한옥채는 세미나 등 다양한 문학모임과 강연 등이 가능한 공간들로 구성돼있고 작가를 위한 창작실도 마련돼 있다.

윤동주 문학관이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이미지라면 한옥도서관은 자연의 너른 품으로 넉넉함을 선사하는 모양새다.

짐작가능한 일이지만 윤동주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 인근에는 나들이 삼아 찾고 싶은 예쁜 산책길들이 구경삼아 들러보라 유혹한다.

다만 만나는 길은 쉽지 않다.

택시 기사님이 길안내서비스로 찾아가면서도 자꾸 '잘 못 들어선건 아닌지' 살피며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갈 길을 그렇게 한 참 올라가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승용차는 쉽지 않다.

산속에 자리한 한옥 도서관을 온전히 만나려면 더 어울릴 법도 하지만 특별한 방문이나 나들이가 아니라 일상이라면 문제 아닐까. 허나 이곳 지역민들은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잘 만나고 도서관의 각종 프로그램을 만나고 있었다.

서울=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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