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방해·지연 목적’ 분석
고소장 접수 11개월 재판 못 열려
소송대리인 “명백한 국제법 위반”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일본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서류를 해당기업에 송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일본 현지에서 나왔다. 일본 정부의 이런 조치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해당 일본기업의 자산매각 절차를 방해하고 지연시킬 목적이 있다고 이 언론은 지적했다.
국내 소송대리인은 즉각 반발했다.
1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권과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판 서류 송달을 거절할 수 있다’는 송달 조약의 예외를 근거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 서류를 일본 기업들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일본의 주권과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할 경우 강력한 대항조치를 발동할 방침이지만 그렇게 되면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산매각 전에 한국 정부가 배상을 떠맡는 등 조기 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할 생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외국에서 일본 국내의 개인과 기업 등이 피고가 된 민사재판의 관련서류는 송달조약에 기초해 외국 당국으로부터 외무성이 일단 전해 받은 다음 당사자에게 보낸다.
다만 송달조약 13조는 조약국이 “주권과 안전을 해한다”고 판단한 경우 예외적으로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이 첫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내린 2018년 10월 이래 외무성은 연관 자산압류 등 소송 서류의 송달을 거부해왔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제징용자 배상을 포함한 청구권 문제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된다며 “예외적인 수단을 사용해도 일본기업의 자산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쪽에는 법원의 결정과 명령을 공시하는 것으로 송달을 마쳤다고 간주하는 ‘공시송달’ 등 제도가 있다. 한국 측은 일본 정부가 송달을 거듭 거부했기 때문에 이러한 ‘의제송달’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일본 측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자산매각을 위한 절차는 애초 상정한 것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소송대리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대리인단에 속한 이상갑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와 관련 일본 변호사,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이행 촉구를 위한 법적 검토 등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와 시민사회단체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태를 지적하며 이행 촉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간담회를 갖고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서류를 해당기업에 송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꼬집으며 공동 조문 및 이행 촉구문 등을 내놓을 것에 합의했다. 또 법률적으로 위반 여부 등을 분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에도 ‘강제동원 문제 피해자 원고 측 해결구상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강제동원 문제 전체의 해결구상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의 협의체를 창설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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